바이든 당선에 ‘소환된’ 김대중 전 대통령…‘민주화’ 인연

입력 2020-11-09 16:34
왼쪽부터 2001년 8월 11일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사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83년 9월 30일 보낸 편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198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고받은 편지 2점이 최초 공개됐다.

9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1983년 9월 30일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와 1984년 2월 27일 김 전 대통령이 바이든에게 보낸 편지 2점을 최초 공개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이 사료를 통해 “1980년대 초반 김대중이 망명 투쟁을 할 때 바이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김 전 대통령 재임 시기 햇볕 정책을 지지한 인물이다. 자신의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도 ‘김대중을 존경한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김 전 대통령과 서로 친밀한 관계임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 2점은 김 전 대통령과 바이든이 1980년대 초중반 친분을 쌓기 시작할 당시 주고받은 편지다.

김대중도서관의 설명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1982~1985년 미국 망명 당시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교류하면서 한국 민주화의 필요성과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제로 한 자신의 연설문과 기고문을 동봉한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공개된 바이든 편지는 앞서 보낸 김대중의 편지에 대한 답신이다. 바이든은 답신에서 “이 문제들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면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 말고 연락해달라”고 답변했다.

1984년 2월 27일 김 전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편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김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1984년 2월 27일 바이든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의 정권 인사 202명에 대한 해금 조치를 ‘긴급한 현안’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이번 사료는 김 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관계가 시작된 1980년대 초중반 시기 두 사람과 관련된 사료의 최초 공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서거했지만 김 전 대통령과 오랜 기간 긴밀한 인연을 맺었던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향후 대미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이런 사실을 참조하는 것은 한국 국익 실현에 있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