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아동 10명 중 4명 평일 부모 없이 방치된다’ 돌봄 사각지대 대처해야

입력 2020-11-09 15:01
취약 계층 아동·청소년 10명 중 4명은 평일에 부모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이들이 부모 없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영양 공급’ ‘미디어 의존도 증가’ ‘심리적 불안감 증가’ 등에 대한 대처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은 지난 4일 ‘코로나19 이후, 아동·청소년의 삶의 변화와 미래’를 주제로 제1회 아동청소년복지포럼을 개최하고 서울대 아동가족학 박사진들과 함께 실시한 ‘코로나19 시대, 취약가정 아동·청소년의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생활·돌봄·정서 부문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8~19세의 기아대책 결연아동 및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 998명이 직접 설문에 응했다. 조사에서는 주중 어른 없이 집에 머무는 날이 5일이란 응답이 41.6%에 달했다. 4일과 3일이라는 응답도 각각 8.2%, 13.7%를 차지했다.

가정 돌봄에 공백이 생기면서 스마트폰 과잉의존 양상도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전후를 대비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스마트폰 평균 시간이 얼마나 변했는지 질문한 결과, 영상보기 게임하기 등의 활동이 급증했다. 영상보기의 경우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5.8%)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었다’고 답했고 게임하기는 53.8%가 같은 응답을 보였다. 반면 독서·책읽기 활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었다’는 응답이 20.6%에 그쳤다.

발표를 맡은 권순범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박사는 “이외에도 취약계층 아동·청소년들에게 인스턴트 식품 섭취 증가와 불규칙한 식사·수면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코로나19 감염과 경제적 타격에 따른 심리적 불안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방식 도입에 따라 취약 가정 아동이 사회복지 서비스가 중단되고, 실질적인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한 만큼 돌봄, 안전, 교육 등 다각화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회 아동청소년복지포럼 참석자들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우리마포복지관에서 ‘코로나19 이후, 아동·청소년의 삶의 변화와 미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소수연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부장은 “특히 성장기 청소년의 우울·불안감은 자존감 상실, 자아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져 성인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정적 감정에 공감해줄 수 있는 가족 혹은 주변인을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원식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 취약 계층 아동·청소년들이 경험한 일상생활의 변화와 어려움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들을 도와줄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포럼을 마련했다”며 “기아대책은 소외 되고 무너져 가는 이웃과 가정에 관심을 기울이며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