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위한 조례안이 충북도의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철회된다. 이 조례안의 제정을 도의회에 요청한 충북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식 도의원은 제정에 참여한 동료의원 24명의 서명을 받아 9일 의회사무처에 조례안 철회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 동의서는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최종 철회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이 조례안은 충북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과 제외 대상이 명시됐다.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하도록 했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도의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이 문제를 떠넘겼던 충북도는 동상 철거 여부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견 수렴이 이유지만 찬반 논란이 불거지자 철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조례가 없어도 동상을 철거할 수 있는 만큼 충북도가 결자해지해야한다”며 “충북도는 동상 철거나 보존 등의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조례안 상정을 보류하면서 동상 문제 등의 행정행위를 할 때 ‘잘못된 안내문·전시물 교체’ 등을 충북도에 권고한 바 있다.
도의회는 이날부터 내달 16일까지 진행되는 제387회 정례회에서 전직 대통령 동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박문희 도의장은 “동상 철거 문제와 관련해 이번 회기 중에는 의회 차원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 될지는 앞으로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두환·노태우 동산 철거 논란은 지난 5월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이 철거를 요구하자 도가 내부 검토 등을 거쳐 철거 방침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국민행동은 “내란 반란죄와 부정축재 등으로 실형을 받은 전두환과 노태우는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해서는 안 되는 자들이기 때문에 청남대 관광 사업에서 즉각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 있는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부터 노무현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9명의 동상을 세웠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길도 조성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