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한 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제정책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위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확장적 통화·재정정책과 금융안정정책을 시행하면서 통화량이 급증했다.
올해 통화량은 한국은행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정부도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통화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했다. 8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등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에 따라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통화량은 전년 동기 대비로 1분기 8.1%, 2분기 9.7% 늘었다. 3분기에는 8월 기준 9.5%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통화 공급이 늘어 시장에 돈이 돌고 이에 맞춰 수요도 늘어난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진다는 뜻이다. KDI가 실증 분석한 결과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8분기에 걸쳐 0.5%, 주택 가격은 4분기에 걸쳐 0.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 통화량 1.0% 증가 시 GDP는 3분기에 걸쳐 최대 0.5%까지 증가했다. 이는 경제정책 효과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 하락을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늘어난 수요만큼 공급을 확대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서비스업과 부동산 시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동반하는 코로나19는 대면·밀집 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공급을 제약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KDI는 “당분간 코로나19에 대응한 방역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총수요정책만으로는 대면·밀집 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면·밀집 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사업 조정을 지원하고 고용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계속하는 등 재정의 소득 재분배 역할에 더욱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시장의 경우 수요 확대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이 확대되기 어렵다. KDI는 “통과 공급 확대로 나타날 수 있는 특정 부문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공급 확대를 제약하는 정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DI는 정부가 서비스업과 고용 안정화를 위해 재정 지원을 계속해야 하지만 주택시장 등 공급이 빠르게 늘기 어려운 분야에선 추가적인 공급 확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실질적인 생산 증가를 유발하려면 해당 분야의 진입장벽을 낮추거나 규제를 완화해 공급이 빠르게 늘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대면·밀집 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재정 지원을 지속하는 등 재정의 소득 재분배 역할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