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고유정(37)의 두 번째 남편이자 의붓아들의 친부 A씨가 9일 오전 경찰청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을 공개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해 감찰과 진상규명, 그에 따른 담당 수사관의 징계를 요청하는 것이 골자다. 전날 A씨는 경찰청에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국민일보 11월 9일자 15면 참조).
이날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A씨와 그의 법률대리인 부지석 변호사 측은 고씨 의붓아들 B군의 사망 사건을 담당한 당시 청주 상당경찰서 형사과장 C씨와 수사1팀장 D씨, 강력1팀원들이 경찰청 훈령에 나타나 있는 변사처리규칙조차 무시한 채 안일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부 변호사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년 6개월 동안의 싸움에 있어서 담당 경찰들은 본인의 부실수사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저희를 겁박하고, 언론마저 겁박했다”며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 측은 “목격자도 없는 밀실에서의 사망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B군 사망 당일에 친부인 진정인을 유족 대표로 조사했다”며 “(이 때문에) 실제 B군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은 고씨에게 현장을 정리하고 B군의 혈흔이 묻어 있는 증거를 은닉하는 시간을 벌어주게 됐다”고 주장했다. 고씨의 무죄 판결이 결국 변사사건의 현장 보존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찰의 부실한 수사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진정서에는 경찰이 사건 초기 A씨를 피의자라 단정짓는 듯한 편파적 수사 태도를 보였다는 정황도 함께 담겼다. B군 사망 이후 이뤄진 두 번째 조사에서 A씨는 피의자 신분이었던 반면 고씨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A씨 측은 “부검 감정서에 아들의 사망원인이 압착성 질식사로 나와 경찰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확인됐으나 경찰은 갑자기 친부의 다리에 의한 B군의 질식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이어 “잠버릇이 전혀 없었던 저에 대한 잠버릇 이야기는 고씨의 진술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진정서에는 경찰의 늑장 수사를 질타하는 내용도 담았다. A씨 측은 “각종 자문기관으로부터 타살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경찰은 사망 사고 발생 이후 100일이 지나서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한다며 마치 언론에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해 알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A씨 측은 지난해 6월 경찰에 영상녹화 조사를 받을 때 형사과장 C씨와 주고 받은 대화도 진정서에 공개했다. A씨 측은 “지난해 7월 A씨 본인과 고씨의 대질조사 때 전세계적으로 5살 된 아이가 올려진 다리에 의해 과실치사로 사망한 사례있냐고 묻자, C과장은 ‘그런 사례는 만들면 된다’고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 측은 진정서 말미에 “그 동안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을 뿐만 아니라 재판 진행 중 진정서를 내면 자칫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봐 진정서를 이제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씨 전 남편 살해 사건을 수사한 제주동부경찰서의 경우 경찰 자체 진상조사가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아들 사망 사건을 담당한 경찰 수사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초기 수사 결과를 바로 잡아주시기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