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할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미 정부의 아·태 전략은 중국을 어떻게 규정하고 대응할지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rebalance to Asia-Pacific strategy),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추진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개념이지만 압박 강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9일 “두 전략의 근본적인 목표는 중국 부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동일하다”며 “바이든 당선인도 결국 비슷한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민주당이 지난 8월 공개한 정강에는 인도·태평양이라는 문구가 없다. 대신 “민주당의 대중 인식은 미국의 국가적 이익과 동맹의 이익에 따라 설정된다. 우리는 전 세계 우방 및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 혹은 국제규범을 약화시키려 하는 국가들을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돼 있다.
쑨시휘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국제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가 빠졌다고 해서 민주당이 이 지역에 중요성을 두지 않거나 인도·태평양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축소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이 말하는 아·태지역은 인도양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이 자신만의 정책으로 새로운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만 결국 전임자들이 채택한 정책에 담긴 사고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전략은 중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묶어두면서 어느 정도 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중국을 압박하되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며 크게 자극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관여 정책이 중국을 변화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의 힘만 키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전략을 폐기하고 중국을 완전히 포위하는 개념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웠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6년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이후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폐기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만큼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중요한 곳이 없다”고 했었다.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파트너와 우방에 구애하기보다 경제와 무역에 초점을 맞추고 관세로 중국을 압박했다”며 “이는 이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인권 등 정치 수단에 의존해 중국을 쥐어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의 패배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은 오바마 시절의 재균형 전략을 달라진 미·중 관계에 맞게 변형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쑨 부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나 중국을 배제한 다른 형태의 경제통상 매커니즘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공화당이 장악한 미 상원이 무역 협상과 TPP 변화 등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TPP 협정에 복귀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상원이 순순히 협조할지는 불분명하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