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이라도 단기간에 체지방 늘면 ‘지방간’ 위험 ↑

입력 2020-11-09 10:38 수정 2020-11-09 11:54
국민일보db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이라도 상대적으로 지방량이 많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단기간에 지방량 증가가 있을 경우 비만이 아니어도 지방간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짧은 시간에 지방량이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방간 발생을 예측하는 데 근육량 보다 지방량 측정이 더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지나치게 마시지 않는데도 간세포에 5% 이상 지방이 쌓이는 상태를 말한다. 간 염증과 섬유화(딱딱해짐), 간경화로 이어지고 간암까지 진행될 수 있어 예방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김휘영 교수 연구팀은 지방간이 없었던 평균 연령 45세의 성인 건강검진 수검자 9000여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에 따라 저체중, 정상체중, 과체중, 비만 등 4개 군으로 나눠 추적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이 아니라도 지방량이 증가하고 근육량이 감소한 경우는 지방간 위험이 높아졌고 몸무게가 정상이거나 심지어 저체중이어도 지방량이 증가하면 지방간 발생 비율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근육량이 감소되면 지방간 발생 위험이 상승함이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지방간 발생을 예측하는데 비만 여부와 무관하게 체지방률(상대적 지방량)이 중요한 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방간은 알코올성지방간과 비알코올성지방간으로 나뉜다. 이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음주를 과하게 하지 않는데도 간세포에 5% 이상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뜻한다. 지나치게 많은 열량을 섭취하는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 흔하고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복부비만 등 대사증후군 환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지방간은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 심할 경우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간암으로 인한 간이식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로 지방간이 꼽힐 정도로 지방간이 주목받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지방간에 대해 ‘체중이 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 정도로 치부한다”고 지적했다.
이대 목동병원 김휘영 교수

통계청에 따르면 간암은 암 사망률 2위, 40·50대 암 사망률 원인 1위다.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단순 지방간이 아닌 지방간염으로 진행되면 섬유화, 간경변 등과 함께 간암의 위험이 높아진다.

지방간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BMI 25 이상의 비만, 과체중의 경우 하루 에너지 섭취 권고량 보다 30% 정도 줄여서 섭취해야 한다.
특히 한국인의 식단은 탄수화물 비중이 높아 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증도 강도의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좋다. 김 교수는 “원래 체중에서 7~10% 정도 감량하면 간 염증이나 섬유화도 호전될 수 있다”고 권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