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맥’ 총출동하는 야당…“11일 특위서 방미단 논의”

입력 2020-11-09 05:00

국민의힘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후보 승리와 관련해 오는 11일 당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열고 방미단 구성을 논의할 방침이다. 미 대선 이후의 한·미와 북·미, 남북 관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제1야당으로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직접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8일 “외교안보특위 위원들이 11일 오전에 만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미국을 방문할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외교안보특위에는 바이든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의원들이 있는 만큼 특위 회의에서 그와의 접촉 포인트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방미단 구성은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진 의원이 주도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17대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위원장,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을 맡았을 때 바이든 후보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후보에 대해 “품성이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이라며 “바이든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원칙 있는 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문제를 잘 아는 대통령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바이든과 독대를 한 적도 있다. 박 의원은 2008년 8월 한·미의원외교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후보와 외교위원장실에서 일 대 일로 만났다. 당시는 바이든 후보가 19살 어린 버락 오바마 대선 후보로부터 부통령 러닝메이트 제안을 받고 고민을 하던 때였다.

박 의원은 “당시 바이든 후보는 ‘어떻게 이런 일(부통령 제안)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을 하려면 빨리 했어야지’라고 말하면서 같이 껄껄 웃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후보는 당시 오바마 의원과 멘토와 멘티의 관계였다. 오바마는 외교 문제와 관련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바이든 후보 승리에 관해 “동맹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나왔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굉장히 굳건해질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 협상도 트럼프 때보다는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의원은 “한·미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합의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비롯한 시간표를 갖고 전환하겠다는 식의 정책을 펼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근무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토니 블링컨과 친분이 있다. 블링컨은 바이든의 집권 후 외교정책을 소개하는 언론 기고문을 쓰기도 했으며, 새 행정부의 외교사령탑이나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다.

조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 고위정책협의회가 이뤄졌을 당시 1년에 다섯 번 정도 블링컨 부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블링컨 부장관은 당시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한 강력한 유엔 제재를 만들기 위해 부장관 산하에 각 지역 차관보 회의를 만들어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톱다운식 북핵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바이든 후보와 인연이 깊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중 미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후보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직접 만나기도 했다. 또 바이든의 모교인 델라웨어대에서 ‘바이든 공공정책·행정대학교’이 설립됐던 지난 9월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영상 연설 제안이 반 전 총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박진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은 오는 12일 반 전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 토론회에서 반 전 총장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