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 새 판 짠다’ 프로야구 新왕조 창출위한 리빌딩 경쟁

입력 2020-11-09 06:30
2020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끝으로 한화 이글스와 결별하게 된 이용규. 연합뉴스

프로야구에서 리빌딩 바람이 불고 있다.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끝나고 가을야구에 마운드를 밟지 못한 구단들이 앞다퉈 선수들을 방출하면서다.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은 한화 이글스가 프로야구 세대교체의 선두에 섰다. 한화는 6일 프랜차이즈 스타 이용규와도 계약보다 이른 결별을 선언했다. 2019년 정규시즌을 앞두고 ‘2+1년(팀이 연장 여부 결정)’으로 계약을 맺은 이용규는 이번 시즌 준수한 성적에도 방출된 것이다. 또한, 30대 중후반 나이의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등 10명을 대거 방출했다. 정민철 한화 단장의 쇄신 의지다.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좀 더 많은 경기 시간을 주고 경쟁체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단과 코치단 전체를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올해 부진이 뼈 아프다. 이번 시즌 팬들의 요구로 프랜차이즈 스타인 한용덕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던 한화는 18연패를 하면서 야구 통산 최다연패 타이를 기록하고 올해 성적이 46승95패3무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화는 2018년에 리그 3위를 기록한 것 말고는 2009년 이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 틈에 팀의 나이는 점점 높아졌다. 한화는 평균 연령이 28.5세로 구단에서 가장 높다. 더욱이 김태균(38) 등 30대 중후반 베테랑 선수가 팀 주축이다. 김태균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후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팀 리빌딩에 시동을 건다.

김원형 SK 와이번스 신임 감독. 연합뉴스.

SK는 사령탑부터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지난 6일 김원형 두산 1군 투수코치를 8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원형 감독은 SK의 창단 멤버이자 2000년대 ‘SK 왕조’의 주역 중 한 명이라서 신임이지만 누구보다 SK를 잘 안다는 평을 받는다.

SK는 앞서 SK는 지난달 14일 선수 출신인 민경삼 전 단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프로선수출신 사장을 두는 건 KBO리그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구당의 프랜차이즈 재건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풀이된다.

항상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던 김성근 감독 시절(2007~2011년)의 SK 왕조 시절은 지금 사라졌다. 지난 2018년 트레이 힐만을 사령탑으로 내세운 지 2시즌 만에 1위를 다시 탈환했던 SK는 염경엽 감독 부임 2시즌 만에 리그 9위로 하락했다. 염 감독은 시즌 중간에 성적 부담에 따른 건강 악화로 사퇴하기까지 했다.

올해 8위에 그치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도 지난달 31일 투수 정인욱(30), 외야수 박찬도(31)를 방출하며 일찌감치 선수단 정리에 들어갔다.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9시즌 동안 단 한 차례(2009년)를 제외하고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7번의 포스트시즌 최종 우승을 경험한 삼성은 지금 없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5시즌 동안 9-9-6-8-8위를 기록하며 하위권 팀을 장식하고 있다. 고강도의 팀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두산 베어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시즌 종료 후 FA 10명이 나오는 두산은 주요 FA들이 팀을 떠나면 내년부터 ‘강제 리빌딩’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앞으로도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두산은 지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허슬두’라는 별명에 걸맞은 투지를 보였지만, 이번 시즌 선발투수들의 부상·부진, 타선 침체가 이어지며 위로 치고 올라갈 힘이 빠졌다.

롯데 자이언츠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 성공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1차 지명에서 장안고 포수 손성빈, 2차 1라운드에서 강릉고 좌완 김진욱, 그리고 2차 2라운드에서 덕수고 야수 나승엽을 뽑았다. 특히 나승엽은 이정후(키움)·강백호(KT)에 견줄 만한 고교 시절 기록을 남긴 유망주다. 나승엽과는 계약금 5억원에 계약했다.

KT 위즈는 이번 시즌 고교출신 신인 괴물 투수 소형준, 138경기 29개 홈런을 친 강백호 등 젊은 힘을 바탕으로 프로 진출 이후 첫 가을야구 진출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런 모습에 비춰 젊은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프로야구 판을 뒤흔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