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결과에 침묵하는 중국… ‘러시아 스캔들’ 반면교사?

입력 2020-11-08 18:06 수정 2020-11-08 21:3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8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 패배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 등에 대비해 미 대선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러시아를 반면교사 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4년 전 미 대선 때 러시아 정부가 자국에 우호적인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측근과 가족이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며 대러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성과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이란 핵 개발, 군비통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계속 대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미·러 관계 개선 전망과 달리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이란·러시아·북한제재법’을 채택했고, 국방전략보고서에 러시아를 미국 이해를 해치는 도전 요소로 규정하기도 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때리기를 목격한 중국은 최소한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선거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오해 살만한 언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 4일 밤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국제질서와 국제규범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자세로 글로벌 경제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중국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2016년 미 대선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선거 다음날인 11월 9일 당선이 확정된 트럼프 후보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그로부터 5일 후인 11월 14일에는 시 주석과 트럼프 당선인이 전화 통화를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선거 다음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새 정부와 중·미 관계의 안정된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선 선거 닷새가 지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올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우편투표가 크게 늘고 각 주마다 우편투표 개표 방침이 달라 당선인 윤곽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그보다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패배 불복 움직임과 소송전 여파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입장 발표에 신중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중국 매체들은 바이든 행정부 시대 미·중 관계가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엔정 중국사회과학원 미국학연구소 부소장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함에 따라 미·중 관계는 장기적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