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 한채인데 2채라뇨” 정부 전산망 오류 피해 속출

입력 2020-11-08 17:55 수정 2020-11-08 18:06

대출 관련 정부 주택소유확인시스템
이미 매각 했거나 상관 없는 주택 나타나
정부, 소명 기회 넉넉히 준다고 하지만
개개인 증명하기 쉽지 않은 경우 많아

1주택자인 한모(57)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은행이 갑자기 “주택소유확인시스템(HOMS)에 주택이 2채로 나와 대출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이다. 추가 주택이라고 뜬 주소는 난생 처음 보는 곳이었다. 확인 결과 이 주소는 1962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되면서 아버지가 본적으로 신고한 곳이었다. 한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 주소에 산 적도, 집을 가져본 적도 없다. 더구나 현재 그 주소에는 집은커녕 논밭만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 시스템에는 그 곳에 한씨의 집이 있다는 오류가 뜬 것이다. 은행은 한씨가 1주택자임을 증명하면 대출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씨는 8일 “수십 년 전 본적 주소이고, 주택도 없는 남의 땅을 어떻게 증명하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이번에 대출을 무사히 받아도 시스템 기록 삭제가 어려워 다음 대출 때도 해당 내용을 증명해야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의 ‘주택소유확인시스템(HOMS)’이 현장에서 오류를 빚고 있다. 정부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보유 수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사는 대출 진행 시 HOMS 등을 통해 주택 수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불안정하면서 되레 서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대장에 양도소득세·재산세 정보 등을 보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은 1년에 한두 차례 납부가 이뤄져 실시간으로 정보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기관의 정보를 취합하다 보니 오류가 잦은 것이다.

30대 김모씨 또한 지난달 3개월 전 매각한 집이 HOMS에 반영되지 않아 대출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매각해 등기 이전까지 끝난 주택이 보유 중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퇴사 후 창업을 준비하던 사람이 대출 승인 전날 HOMS 때문에 자금줄이 막혔다는 글도 올라왔다. 6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에 대해 다른 가족들이 등기 이전과 세금 납부까지 했는데, 작성자 보유 주택으로 나온 것이다.

정부도 HOMS 오류를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 기관 간 과세 정보 공유의 한계 때문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금융사에 HOMS에 의존하지 말고 소명 기회를 넉넉히 주라고 당부하고 있다.

문제는 소명 기회를 줘도 개개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김씨는 “증빙 서류로 매매 계약서는 물론 매수인에게 넘어간 분양권·입주권까지 요구했다”며 “매수인이 협조를 거절해 난관에 빠졌다”고 말했다. 한씨 또한 시스템 기록이 삭제되지 않아 대출을 받을 때마다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의가 매일 쏟아지고 있지만, 실시간 정보 구축과 기록 삭제가 쉽지 않다”며 “금융사에 HOMS를 기초로만 활용하고, 별도 서류를 받아 판단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도 답답함을 토로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HOMS가 완벽하지 않아 추가 서류를 받는 것”이라며 “서류가 충분하지 못한데 함부로 대출해줄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항변했다.

한씨는 “국토부와 은행에 수십 번 전화했지만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결국 오류는 정부 시스템에서 발생했는데 책임은 서민이 지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