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특별 지시한 검찰 특수활동비 실태 파악은 2017년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 때에도 큰 주목을 받았던 사안이다. 추 장관의 지시에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방문까지 결정되면서 대검찰청은 현장 조사를 위한 사무실 공간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활비가 업무와 관련해 불가피하고도 투명하게 집행됐는지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 집행 증명 지침이 실시돼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울러 법조계에선 특활비 사용 내역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에 사용되는 경비가 특활비인 만큼 집행 상황 공개는 사실상 정보 수집 경로 등을 노출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특활비는 약 20년 전엔 200억원을 넘었지만, 올해는 94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감소폭은 더욱 큰 셈이다. 2021년 검찰 특활비는 84억원으로 책정됐다. 검찰은 월별·분기별 집행 계획에 따라 일선청의 인원과 업무소요 등을 반영해 특활비를 집행하고, 수사 상황 등에 따라 수시로 추가 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고,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이다. 월 8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이 서울중앙지검에 보내졌고, 이는 수도권 지검·지청 등에 내려간 금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것이다.
대검에서 특활비를 배정한 이후엔 윤 총장의 관여 정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총장은 ‘1차 집행권자’로 일선 기관장에게 특활비를 집행하는 것일 뿐 ‘2차 집행권자’인 일선 기관장이 사건별, 부서별로 구체적 집행을 한다는 것이다. ‘계산증명지침’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특활비 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지침인데, 검찰 내에서는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 더욱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 예산 업무 관계자들은 엄격한 집행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당장 공개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법사위 등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두고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보 수집과 수사 단계별 자금 집행 내역이 공개됨으로서 업무의 밀행성과 비공개성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보수집과 수사 기능이 있는 여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청와대, 국정원, 경찰 등의 특활비 사용 내역이 공개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특수활동비 일부를 떼어서 사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황이라서 이 부분부터 공개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의 10%인 약 10억원가량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