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봉현 폭로 효과? 라임 피고인들 잇단 “검사가 압박”

입력 2020-11-08 17:14 수정 2020-11-08 17:27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검사들에게 향응·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주요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김봉현(46·수감 중)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 이후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금품수수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던 광주MBC 사장 출신 이강세(58·수감 중)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는 최근 검사의 강압을 주장하며 진술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공범이자 김 전 회장의 한 측근도 법정에서 검찰의 강압적 조사로 원치 않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일방적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김 전 회장이 기 의원에게 돈을 건네는 걸 봤다는 과거 진술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이 성의 표시를 했다고 들었을 뿐이지 직접 목격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그가 체포된 직후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이 기 의원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지급하는 것을 본 듯하다”고 했던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진술 수정 배경에 대해 지난 6월 수사 당시 검찰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2일 조사에서 지난 6월 조사를 진행한 수사팀 주임 검사가 “건강이 우려된다” “본인의 소송에 집중해야 한다” “보석으로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말을 건네며 회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전 수사팀은 회유와 압박은 없었고, 이 전 대표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 측의 주장대로라면 ‘돈 전달을 봤다’는 진술 이후 검찰로부터 받은 편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구속 기소됐다는 것이다.

수사팀 검사의 압박과 회유가 있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김 전 회장 옥중 폭로 이후 여론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계속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 전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수원여객 김모(42·수감 중) 전 재무이사도 검사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수원여객 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상황에서 검사가 ‘양형 때 두고 보자’는 식으로 몰아붙여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도 여권 인사 로비는 실체가 없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옥중 편지에서의 주장들을 새로운 수사팀에 적극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도피 중에도 측근을 통해 언론사 몇 군데에 여권 인사에게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들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었다. 수사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일각에선 전 라임 수사팀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일부 피고인들이 ‘수사팀 흔들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여권 인사 로비 관련 진술을 받아낸 검사를 갑자기 인사 발령을 내더니 이제 죄수들이 합작해 검사를 잡으려고 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라임 사태로 기소된 인물만 52명, 구속된 인물만 30명이고 이들은 법원에서 속속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며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면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들의 진상을 잡음이 없도록 낱낱이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