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침체에도 건재한 ‘한섬’…“VVIP 공략 주효”

입력 2020-11-08 17:04
더한섬닷컴 메인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영향으로 패션업계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 한섬은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면서 선방을 이어가고 있다. VIP 공략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프리미엄 또는 가성비’로 양극화되는 소비 풍토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의 3분기 실적은 매출 2611억7500만원, 영업이익 225억5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6.5%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3분기 매출은 34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감소했으나 영업적자를 140억원 기록했다. MLB와 디스커버리 등을 제조·판매하는 F&F 3분기 매출은 15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3% 줄었고 영업이익은 126억원으로 61% 감소했다.


적자를 내는 의류기업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한섬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하락한 수준에 머물렀다. 타임, 마인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전환에 적극 대응하면서 더한섬닷컴 매출이 많이 증가한 점 등이 맞물리면서 한섬 실적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더한섬닷컴의 지난 1~9월 VIP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증가했고, 같은 기간 VIP 회원 수도 112% 늘었다. 매출과 회원 수가 모두 늘면서 더한섬닷컴 전체 매출(1월~9월)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증가한 12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더한섬닷컴 연간 매출(1100억원)을 9개월 만에 넘어섰다.

한섬 관계자는 “더한섬닷컴 전체 매출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VIP 매출이 크게 늘고, 회원 수 또한 증가하면서 더한섬닷컴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한섬닷컴은 올해 초 VIP 등급을 세분화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한섬은 기존 매니아・스타 두 단계로 운영되던 VIP등급에 매출 최상위 100명을 한정한 ‘더 스타’ 등급을 추가했다. 한섬닷컴은 더 스타 등급에 특별 서비스를 제공했다. 100명만을 위해 전담 상담사 3명을 배치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고객 개개인에 맞춘 신속한 상담과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더 스타 등급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배송 서비스 전반도 개선했다. 모든 배송 건에 대해 별도의 검수 과정을 추가해 제품 및 패키지 불량 유무를 점검하는 한편, 신속한 배송을 위해 물류센터에서 상품이 출고되는 횟수도 기존 8회에서 10회로 하루 2회 늘렸다. 이런 노력이 결실로 이어져 더 스타 등급 고객의 올 3분기 주문 건수는 1분기와 비교해 27%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구매 객단가 또한 49% 늘었다.

온라인 쇼핑 환경에 최적화된 상품도 내놨다. 보통 패션업체들은 컬렉션을 기획한 뒤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에 맞춰 상품을 제작한다. 한섬 관계자는 “지난봄・여름 시즌부터 디자인・색상・사이즈 등 고객 온라인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라인 상품 기획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패션·유통 기업들은 보통 오프라인 매장에서 VIP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온라인에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섬은 앞으로도 VIP를 공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 구매 상품에 대한 프리미엄 세탁・수선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전문 상담사가 고객 개인의 스타일링에 도움을 주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 도입할 계획이다.

한섬의 선방은 명품의 성장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구성된 한섬은 침체된 패션 시장에서 몇 년 동안 줄곧 승승장구해왔다. 코로나19로 업계가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섬은 건재하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타임 마인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H&M 자라 등 SPA 브랜드로 업계가 양분화된 지 오래지만 코로나19로 이 격차가 더 벌어지고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며 “프리미엄과 SPA 사이에 있는 브랜드들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