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수 홍진영씨에게 석·박사 학위를 내준 조선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홍씨 측은 표절의 구체적인 증거들, 조선대 전 교수의 양심선언에도 ‘표절이 아닌 창작물’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거짓 해명 논란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사준모)은 8일 국민일보에 “교육부에 조선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준모는 홍씨의 석·박사 학위 취소를 포함해 경영대학원 학위 논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논문 표절 등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만 홍씨의 경우 공소시효 7년이 만료돼 형사 고발은 불가능하다.
표절 의혹 이후 홍씨가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하자 학계에선 “학위는 반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 후 박탈돼야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52조 ‘학위 수여의 취소’ 항목을 살펴보면 ‘대학의 장은 법에 따라 수여한 학위를 받은 사람이 해당 학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받으면 심의를 거쳐 학위 수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홍씨가 일방적으로 학위를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학위 박탈 권한을 지닌 조선대 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조선대는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선대 공대 교수의 아들이 출석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도 고학점을 얻고, 석·박사 학위를 4년 만에 받은 사실이 드러나 가담한 교수 12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은 홍씨 논란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앞서 조선대 전 교수는 홍씨를 학교에서 본 적이 많지 않다고 증언했다. 또 홍씨는 연예계 활동을 병행하며 3년 만에 박사학위를 초고속 취득했다.
홍씨는 표절을 인정하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홍씨 석사 논문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가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 74%를 기록했다는 국민일보의 첫 보도가 나온 후 홍씨 측은 “표절이 아닌 인용이며, 당시 추세대로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용이란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행위인데, 홍씨는 본문에는 인용표기를 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는 결론은 특히나 타 연구물과 유사한 문장이 다수 발견됐다. 그럼에도 홍씨는 표절이 아닌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국민일보는 지난 6일 “홍씨의 논문은 모두 가짜”라는 조선대 전 교수의 양심선언을 보도했다. 그는 홍씨의 학부와 석사, 박사까지 모든 과정의 학점을 준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해당 논문들은 모두 거짓이며 표절률은 99.9%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선대 교수였던 홍씨 아버지의 입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홍씨는 직접 SNS에 글을 올려 “학위를 반납하겠다”면서도 “문제없이 통과됐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단지 몇%라는 수치로 판가름 나니 답답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논란을 개의치 않는 듯 7일 MBC ‘쇼! 음악중심’과 8일 SBS ‘인기가요’에 출연했다.
일부 팬들은 홍씨가 학위로 인한 직접적인 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홍씨는 데뷔 이후 ‘석·박사 엘리트’ 이미지를 앞세워 주목을 모았다. 여러 방송에서 학위 취득은 물론 A로 가득찬 성적표를 공개했고, 박사를 취득하면 강단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도 있는 만큼 이미지 메이킹에 학위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