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원화 강세가 지속되자 국내 증시에서 ‘팔자’ 행진이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총 2조1249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1조3967억원을 순매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증시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개인은 이달 들어 3조3570억원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월과 7월을 제외하고 8개월간 순매도해 올해 들어 27조8144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지난 3월 충격을 받자 이탈했고, 주요국에서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신흥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미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데다 원화 가치도 계속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에만 14.7원이나 하락했다. 중국의 빠른 경제 회복으로 위안화가 강세 기조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변동성이 완화되고, 원화 강세 기조가 당장 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미진했던 외국인의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이달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LG화학(순매수액 7145억원)이다. 삼성전자(2426억원), 삼성SDI(2356억원), 카카오(1706억원), 네이버(103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은 한화솔루션(6666억원)을 가장 많이 샀고 현대모비스(5690억원), 한국전력(3817억원) 순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의 2조 달러 규모 친환경 에너지 투자 계획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에 반영됐다. 전기차 배터리 대표 업체인 LG화학은 최근 2거래일간 주가가 10% 이상 올라 시가총액 50조원을 회복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이틀 동안 8.4%, 7.1%씩 상승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