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고유정(37)의 두 번째 남편이자 의붓아들의 친부 A씨가 경찰청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로 핵심 증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A씨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오는 10일 전에 경찰서와 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고씨의) 무죄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건 초기 경찰의 부실수사 정황은 제대로 규명해야 아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5일 살인·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씨의 상고심에서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두고 “피해자가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고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한 정황이 충분히 증명될 만큼의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진정서에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전담했던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감찰과 담당 수사관의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경찰이 용의선상에서 고씨를 제외한 사이 고씨가 의붓아들의 혈흔이 묻은 이불 등 결정적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고씨가 전(前) 남편 살해 혐의로 검찰에서 구속 기소되자 그제서야 전문가 자문을 받는 등 황급히 재수사에 돌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나서야 고씨를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경찰의 늑장수사, 현장보존 실패 등 총체적 부실수사로 인해 무죄 선고를 받게 된 것”이라고 지탄했다.
경찰청은 고씨의 전 남편 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제주동부경찰서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의붓아들 사건과 관련해서는 감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 법률대리인인 부지석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어린 자녀를 가진 무고한 부모들이 향후 모방 범죄 발생 시 언제든 범죄자로 몰릴 수 있는 판례가 생긴 셈”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부실수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