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간 갈등 국면이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고발 사건을 놓고 이어지는 모양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 수사 사건을 ‘각하 감’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검찰은 ‘정치’는 물론 ‘정책’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정책 자체를 문제시한 수사가 아니며, 증거인멸의 정황이 큰 만큼 신속한 수사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참고자료 속에서 2018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과정과 관련한 증거인멸 가능성을 감지하고 여러 정부기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증거보전을 위한 조기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던 셈이다. 이 수사참고자료에는 관련자 각자의 피의사실이 적히고 증거자료도 상세히 첨부됐다고 한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이 감사원 수사참고자료가 일선청에 접수된 일반 고발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산하기관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된 것도 이번 자료의 구체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청구한 대상자와 장소 범위가 법원에서 거의 100%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권이 편파·과잉 수사 우려를 제기하지만 검찰은 ‘조작 및 파기’와 관련한 의혹은 점검할 필요성이 크다는 태도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다는 관측에는 일단 선을 긋는다. 대통령의 정책이나 통치행위를 문제로 예단한 것이 아니라,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될 내용을 참모가 허위 보고했는지 여부부터 점검한다는 것이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윤 총장도 뼈있는 말을 남기며 대립 국면을 피하지 않는다. 윤 총장은 9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재차 방문해 신임 차장검사들에게 강연한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초임 부장검사들에게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 게 검찰 개혁”이라고 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