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제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일삼은 50대 교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고등학교 교사 A씨(54)는 최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교사가 학생에게 사과한 점, 시대 변화에 맞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경솔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벌금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A씨는 2018년 3~4월 수업을 하던 중 제자에게 “너는 아이를 잘 낳게 생겨서 내 며느리 삼고 싶다”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했다. 이 밖에도 “인형으로 만들어서 책상 옆과 침대 앞에 걸어두고 싶다”고 말하는 등 그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제자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
이동보호전문기관에서 피해자들 외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학생들은 A씨가 “내 며느리 해라” “보쌈해가고 싶다”고 말했다며 피해 학생들의 증언과 일치하는 진술이 나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발언 내용이나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섰고, 그 횟수도 적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거나 발언의 내용이 왜곡 및 과장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특히 자신의 발언이 수업 과정에서 비롯된 일로 성적 학대 의도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원심판결에는 잘못이 없다”며 A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교사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했음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점, 교육감 표창을 받았던 점, 10년 동안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들어 원심을 깨고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학생들과 친근하게 지내고자 노력했으나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 등이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 경솔히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동료 교사 등이 선처를 거듭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