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20년간 묘지 두면 인정되는 분묘기지권 ‘합헌’

입력 2020-11-08 14:59

다른 사람의 땅에 소유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묘지로 사용해왔다면 계속 묘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관습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묘지를 조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7(합헌) 대 2(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경기 부천시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자신의 땅에 있던 묘지를 정리해 유골을 화장했다고 B씨로부터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을 당했다. B씨는 1957년 A씨의 땅에 묘를 쓰고 관리해왔다며 분묘기지권을 주장했다. 분묘기지권은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자가 취득한다고 본 관습상 물권이다. 2017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를 법적 규범으로 승인하면서 관습법으로 인정된 바 있다.

헌재는 “오늘날 전통적인 장묘문화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 하더라도 매장문화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고, 분묘를 모시는 자손들에게 강제적 이장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 관계 및 지역적 유대감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전통문화와도 배치되므로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재판관들은 “관습법은 헌법 규정에 의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