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송재호씨가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송씨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다. 전날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송씨가 1년 이상 지병을 앓다 작고했다고 전했다.
북한 평양 출신의 송씨는 동아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1959년 KBS 부산방송총국 성우로 데뷔하면서 방송계에 입문했다. 1968년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된 후 반세기 동안 꾸준한 활동을 펼치면서 최근까지 ‘국민 아버지’로 불렸다.
송씨는 1975년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와 1981년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로 스타덤에 올랐다. 1980년대에는 당시 시청률 60%를 넘었던 KBS 1TV ‘보통사람들’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2004년 김수현 극본의 KBS 2TV ‘부모님 전상서’에서도 묵직한 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최근작에서는 아버지 역할 등을 주로 맡았으나, 젊은 시절에는 반항아 역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출연한 작품만 200편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한국방송연기자노조 활동에 앞장섰다. KBS를 향해 밀린 출연료 지급을 요구하며 촬영 거부 투쟁에 참여했는데,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는 생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후배들은 출연료를 받아야 생활할 수 있어 촬영 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슬하에 4남 1녀를 뒀다. 배우 활동을 한 적 있는 장남 송영춘씨는 현재 목사다. 막내아들은 2000년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시기 고인은 단기 기억상실을 앓기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