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사람 안오는 회의…제주 마이스산업 ‘딜레마’

입력 2020-11-08 13:34 수정 2020-11-08 15:29
지난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2019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4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의 개막 공연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이동과 집합에 제한이 생기면서 마이스 산업(MICE·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사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제주의 대표 마이스 기관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가 미래 방향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미팅 테크놀로지(회의 기술) 강화를 통한 비대면 회의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사람이 오지 않는 마이스 산업은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낮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ICC제주에 따르면 올해 275건의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제적 이동과 집합 활동이 제한되면서 8일 기준 212건(77%)이 취소됐다.

지난 2~6월 사이 단 한 건의 회의도 열리지 못 했고, 하반기 들어 예약 접수가 재개되는 듯 했으나 8월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다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이처럼 제주 등 전국 마이스 기관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회의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제회의 지원 기준을 완화(300명 참가, 외국인 100명 이상→100명 참가, 외국인 50명 이상)했다.

또, 올해 전국 6개 컨벤션센터에 화상 회의 시설비를 지원한 데 이어 내년에는 관련 예산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간 대형 회의장과 무선인터넷 구축, 넓은 주차장을 갖추는 방식으로 대면 비즈니스 장소로서의 편리함에 공을 들여왔다면 이제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홀로그램 등의 회의 기술을 보강해 대면·비대면 회의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마이스 산업계가 떠안게 된 것이다.

ICC제주도 코로나19 이후 온·오프라인을 모두 강조하는 하이브리드형태가 마이스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름에 따라 화상 스튜디오 구축 등 전시장 정보통신기술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안 오는 회의는 숙박 식사 관광 골프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주지 못 하기 때문에 비대면 회의의 가속화는 제주도와 ICC제주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딜레마다.

특히 타 지역과 달리 ICC제주는 도민주 공모방식으로 건립이 본격화되면서 국제 회의 유치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기대가 큰 상황이다.

김의근 ICC제주 사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추기 위해 ICC제주를 스마트한 공간으로서 기술을 보강하는 작업을 최우선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제주도와 ICC 입장에서는 사람이 찾아와야 경제적 파급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형 방식은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에 자리한 ICC제주는 연면적 6만3477㎡, 지상 7층 규모로 3500명(최대 4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ICC제주에 대한 주식 지분율은 제주도 63%, 한국관광공사 16%, 도민과 기관이 21%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