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녹색바람’ 솔솔~ 한국판 그린뉴딜 순풍 탈까 [스토리텔링경제]

입력 2020-11-08 11:05 수정 2020-11-08 16:19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실상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미 정부 정책 변화의 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약 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분야는 에너지·환경 및 기후변화 정책이어서 한국도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으로 그린뉴딜 정책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완성도를 더욱 높여야 미국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 세계 부는 녹색 바람, 위기일까 기회일까?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 당선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강화된 환경 규제가 새로운 통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미래차 수요 급증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신재생 에너지 업계는 바이든 후보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바이든 후보는 4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2조 달러(약 2270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 분야 공약을 내놓았다. 현재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있거나 짓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기업들의 수혜를 기대해볼 만하다.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이 커지는 것도 국내 수소 관련 기업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바이든 후보는 강력한 자동차 연비규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5년 내에 50만대 스쿨버스, 300만대 공공차량을 탄소배출 제로 차량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석유화학이나 철강, 자동차 등 우리 주력 수출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발표된 ‘20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36개국 중 꼴찌였다. 반대로 화석연료 비율은 80%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정유 등 국가기간산업이 모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부문인데 이들 산업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급작스러운 변화 속도에 비해 대부분 준비가 잘 안 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판 그린뉴딜, 탄력받기 위해서는

바이든 후보 당선으로 한국판 그린뉴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린뉴딜’은 2000년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개념이 논의됐고, 국내에서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

지난 7월 본격적인 중심 의제로 떠오른 한국판 그린뉴딜은 3개 역점분야, 8개 프로젝트로 정리된다. 3대 역점 분야는 △도시·공간·인프라 녹색전환 △저탄소·분산형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이다. 목표는 2025년까지 총 73조4000억원을 투입해 65만90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최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등 그린뉴딜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린뉴딜기본법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채택했고, 연내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사회로 간다’는 문구 아래 탄소중립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존 사업을 한데 모아 포장만 새로 한 재탕·맹탕 사업 투성이에,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거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9월 말 ‘유럽 그린뉴딜과 한국 그린뉴딜의 비교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정책과제의 구체성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달성할 수 있는 탄소배출 감소, 미세먼지 감소 등 구체적 목표는 어느 정도인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이 기존 화력발전 산업을 어떤 형태로 대체할 것인지 등 고민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유럽은 그린뉴딜 세부 분야별 대책을 짜고, 정책을 확정하기 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을 들인다”며 “이해 당사자 간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그 시간 동안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이 어떻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에 대한 전략 수립이 먼저라는 이야기도 있다. 유승훈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없고, 어떻게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 이야기는 부실하다”며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관련 기술력과 자원이 현저하게 뒤처진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 당선이 ‘진짜 호재’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이유진 연구원은 “유럽, 미국뿐 아니라 최근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한 일본, 중국까지 지금 전 세계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며 “지금 그린뉴딜 계획은 일종의 ‘초안’으로 여기고 그린뉴딜에 걸맞는 비전과 내용들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