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트럼프…‘불복소송’ 자금 모으고, 고위관리 기습 경질까지

입력 2020-11-07 13:49

대선에서 패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결과 불복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 패배가 가시화하면서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 고위 관료들을 기습적으로 해임하는 가 하면, 소송에 필요한 자금 모금에도 나서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보니 글릭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을 전격 해임하고 존 바사 처장대행을 부처장 대행에 임명했다.

글릭 부처장은 금요일인 이날 오후 2시45분쯤 같은 날 오후 5시까지 그만두라는 통지를 받았으며 이에 거부하자 당장 나가라는 통보를 다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닐 채터지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 위원장도 강등시키고 동료 위원인 제임스 댄리를 위원장에 임명했다.

채터지 위원장은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와 달리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포용했다.

채터지 위원장은 “왜 강등됐는지 모른다”며 최근 에너지규제위 정책이 그 이유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한 뒤에 나와 주목된다.

정치정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 행정권 등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불복에 적극 이용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전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대선 후 통치’가 고위관리 해임과 함께 시작될 것이라며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등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은 인물들을 표적으로 주목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USAID 인사를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전략과 연계하며 악영향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후 숙청이 시작됐다”며 글릭 부처장 경질은 충성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고위관리에 대한 축출 작업의 첫 사례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당인 공화당은 대선 불복 소송 비용 모금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 소송 비용이 최소 6000만 달러(약 673억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선거일인 3일 직후 캠프에서 당원들에게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기부를 요청하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트럼프 캠프가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명의로 “우리는 선거를 지켜야 한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선거 지킴 펀드’를 모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신에게 요청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공화당이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고 사실은 이 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송 비용이 아니라 선거 운동 과정에서 캠프가 진 빚을 갚는 데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허를 찔린 캠프가 소송 비용을 준비하지 않았다”라며 “캠프의 소송 전략이 현재로선 혼돈 상태고 대통령에게 해가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