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갈등 폭발?…김태년 “차관 들어와…XX들, 항명이야”

입력 2020-11-07 11:42 수정 2020-11-07 12:37
뉴시스

당·정 갈등이 결국 터졌다. 최근 재산세 인하와 대주주 3억원 요건 완화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당정이 지난 6일 가덕도 신공항 관련 연구용역비 예산 문제를 놓고 또 파열음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관련 예산 증액을 약속했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여당이 내놓은 절충안을 수용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토부를 향해 거친 표현을 쓰며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PK)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울·경의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울·경 최대 현안인 가덕도 신공항 관련 예산 반영을 약속했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연구용역비 20억원의 내년 예산안 반영을 요청한 것을 거론하면서 “예산 신설의 제안은 여러분이 걱정하는 그 문제, 향후 절차의 단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부·울·경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도 호응하면서 전날 국토교통위원회 예산 소위는 관련 예산 20억원 증액을 결정했지만 국토부의 반대로 ‘김해신공항이 부적정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단계에 반영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신공항 검증위에서 김해신공항이 부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즉시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타당성 검토 예산을 선반영해 놓자는 민주당의 의견과 달리 정부는 검증위 결론 도출 전부터 가덕도 신공항을 미리 특정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행정 절차상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맞섰다.

지난 6일 국토부 소관 예산 심사를 위해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비 20억원 증액을 재차 요구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가덕 신공항 검토를 위해 20억원 증액 요청을 했지만 정부에서 전혀 동의를 못 하니까 부대 의견을 달았는데 부대 의견 자체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시 증액을 요청한다”고 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도 “어느 정도 예측이 되면 적극적으로 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준비하는 것은 행정절차의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신공항 문제에 있어서는 소극 행정보다는 적극 행정으로 나가는 것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고 공무원들이 지켜야 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부·울·경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국토위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김해신공항에 대한)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오면 바로 액션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당초 목표인) 2028년까지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 20억원 증액이 필요하다. 그래야 당장 내년에 조사를 할 수 있다. 국토부가 더 전향적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간의 모든 행정절차가 무효화되는 것이고 그때부터 어디에 공항을 만들 것인지를 놓고 수요 조사부터 원점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럴 때는 대상 지역을 열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런 절차 없이 바로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 검토에 들어간다는 것은 법적 절차에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 것은 여론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게 한 두 푼이 아니고 수십 조가 될지도 모르는 사업인데 그럴 때는 지켜야 할 절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절차를 생략하고 따르라는 것은 국토부로서는 따르기 어렵다”고 한 김 장관은 “국회에서 관련 절차를 다 끝내서 국토부가 모든 절차를 건너뛰고 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면 따라갈 수 있겠지만 그런 절차가 없다면 저야 정치인 출신 장관이니까 ‘예, 그러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 공무원들은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회의 재개 후 민주당은 기존 정책 연구개발(R&D) 사업비에 20억원을 증액한 뒤 검증위 결과가 나오면 이를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결국 김 장관은 이 절충안을 수용했지만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안팎에선 이 대표가 직접 약속한 사업에 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면서 전화로 누군가에게 “X자식들, 국토교통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 “이 XX들 항명이야, 항명”이라는 거친 언행을 쏟아낸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에 “국토부 2차관을 부른 것은 다른 일 때문으로 결국 면담하진 못했다”며 “예산 증액은 국토위에서 잘 상의해 처리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정 갈등설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에서는 늘 이런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김 원내대표는 “무슨 일만 있으면 엇박자라고 하는가”라고 선을 그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