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 초점] 사곳덩어리 中게임, 이젠 동북공정까지?

입력 2020-11-07 05:00

표절, 선정성, 먹튀 등 갖가지 문제를 일으켰던 중국 게임이 최근 한국의 전통 문화를 부정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행위까지 벌여 무분별한 외산 게임 유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 차원의 검열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복이 중국 문화? 한국에서 中 존엄 내세운 中게임사

‘샤이닝니키’라는 모바일게임을 개발한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는 최근 게임 내에 한복을 출시한 뒤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은 중국 전통 문화’라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국가의 존엄성을 지키겠다. 중국 전통문화를 지키는 태도를 고수하겠다”며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옹호해 큰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29일 출시한 이 게임은 캐릭터의 복장 등을 꾸며 다른 플레이어에게 자랑하는 식의 단순 스타일링 게임이다. 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이달 초 한국 서비스를 기념한다면서 한복을 게임 내 출시했다. 논란은 중국 네티즌들의 괴상한 반응에서 불거졌다. 웨이보 등 중국의 주요 사이트에서 현지 네티즌들은 “한복은 중국에서 시작됐으니 중국 전통 의상이라고 게임 내 표기해야 한다” “한복은 조선족의 문화기 때문에 중국 것으로 봐야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어떤 이는 “한국은 중국의 속국 아니었냐” 같은 도 넘은 표현까지 썼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반응을 모은 글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면서 발끈한 한국 네티즌들은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라 하고 윤동주도 중국인이라고 하더니, 도를 넘었다” “동북공정의 꿈을 아직도 못 버렸나” “베끼기 바쁜 나라, 이제는 문화 침탈까지” “중국에 무슨 전통이 있겠나, 일단 우기고 보는 거지” 등의 글로 맞섰다.

샤이닝니키를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올린 중국 네티즌 옹호 발언. 이후 이 게임사는 한국 서비스를 접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격화된 분위기 속에서 개발사인 페이퍼게임즈가 다소 황당한 공지사항으로 기름을 끼얹었다. “친애하는 중매인 여러분”이란 말로 운을 뗀 게임사는 “중국 기업으로서 이 게임의 입장은 항상 조국과 일치하여 우리는 국가의 이익에 해로운 모든 행동을 거부한다. 중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조국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사실을 해석하는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관련 지역 운영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대부분 피드백에 따라 게임 금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면서 도리어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재를 가했음을 암시했다. 심지어 “중국 전통 문화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항상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선언한다”고도 했다.

결국 한복을 놓고 벌어진 정통성 문제에 대해 이 게임사는 중국 네티즌의 터무니없는 주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게임사의 이상한 대처에 국내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결제한 아이템을 모두 환불 요청하거나 게임 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대응으로 맞섰다. “다시는 중국 게임을 하지 않겠다” “이런 게임은 어떻게 국내에 들어오는 건가” “소국이라 하기에 땅이 넓고 대국이라 하기에 사람들 속이 좁으니 중국이라 부른다더라” “이번 기회에 한국에 들어온 모든 중국 게임 검열해야 한다”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이런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한국의 샤이닝니키 팬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아이템을 환불하거나 게임에서 탈퇴하는 이용자가 늘어났다.

페이퍼게임즈의 적반하장식 대응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일 한복 아이템을 삭제하겠다고 공지한 데 이어 이튿날 한국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의 마지막 한계를 넘었다. 중국 기업으로서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하겠다”고 적었다. 이 게임사는 한국의 전통 의상이 중국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중국 네티즌의 글을 공지사항에 걸어 놓기도 했다.

출시 후 열흘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게임은 국내 시장에서 영영 사라지게 됐다. 지금껏 게임 내에서 결제한 돈을 환불받을 수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한국전통문화대·문화재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건은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국내 이용자를 무시하면서 배짱 운영을 하는 배경에는 국내법의 한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해외 게임사가 아무리 자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국민 감정에 크게 역행해도 이들을 처벌할 수단이 없다. 환불 공지 없이 소위 ‘먹튀’를 해도 손쓸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게임사가 우리나라에서 막장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정부가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를 즉각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내에 영업장이 없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게임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내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여 법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취지다.

논란 거듭되는 중국 게임… 언제까지 방치하나

중국 게임이 국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논란을 빚은 게임 광고. SNS 발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지난 9월 발표한 게임광고 시범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올해 SNS를 통해 선정성 등의 문제를 일으킨 부적절한 게임 광고의 상당수가 중국 게임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 31건의 적발로 미국(13건), 한국(12건), 일본(8건)의 적발 사례를 합친 것과 숫자가 비슷했다.

어떤 게임사는 국내에서 게임을 출시했다가 돌연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이용자 환불에 손을 놓은 일이 있었다. ‘홍콩’ ‘타이완’ ‘티베트’ 등 중국과 정치·국제적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를 채팅창에 칠 수 없는 게임도 있다. 이 외에도 ‘백도어’ 프로그램을 몰래 가동하다가 걸린 사례도 있다.

중국은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증)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국내 시장에 잠식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매출의 기준이 되는 구글 플레이의 최고 매출 순위를 보면 상당수 중국산 게임이 20위권 내 수두룩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해외 게임에 대한 규제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 의원은 “해외 게임사도 국내법 테두리에 두어 개인정보보호 위반, 불공정 사례, 소비자 민원 등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