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공모해 버스회사 수원여객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가 법정에서 검찰의 강압적인 조사로 자백 취지의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회장 역시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강압적 수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6일 열린 김 전 회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재무이사는 “조사를 받을 당시 검찰에서 몰아가는 식으로 조사를 해서 자백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과 공모해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재무이사는 김 전 회장의 도움으로 2019년 1월부터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지난 5월 캄보디아 이민청에 자수해 귀국했다.
그는 “캄보디아 현지 불법체류자 수용소에서 10여일 동안 구금돼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열이 37.8도까지 올라가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귀국한 날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자마자 10회가량 연이어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수원여객에 손해를 끼쳤다는 자책감이 심했는데 마치 모든 사건이 나로 인해 일어난 것처럼 강압적으로 추궁했다”며 “검사가 ‘양형 때 두고보자’ ‘나하고 말장난하냐, 왜 이렇게 멍청하냐’는 등 몰아 붙이는 상황에서 자백 취지의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조사를 받을 땐 조사관이 ‘검사님이 빨리 기소하게 도와줘야 (형을) 덜 살 것 아니냐’는 말도 해서 모든 걸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답변한 게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재무이사는 변호인의 조력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이 “조서를 보면 변호인이 참여한 조사가 절반 이상인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냐”고 묻자 김 전 재무이사는 “변호인 참석이 거절된 적은 없지만 마지막 신문 당시 ‘변호인과 상의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안 된다고 했고, 나중에 검사가 변호인을 밖으로 따로 불러 ‘피의자 진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질책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 역시 앞서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강압적 수사를 받았다고 폭로했었다. 김 전 재무이사의 증언은 김 전 회장과 같은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본인의 방어권 행사와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귀국 후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작성된 조서 중 일부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작성됐다고 증언했고, 일부에 대해선 전체 내용을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수원여객과 관련이 없는 김 전 회장에게 회사자금을 임의로 보내줘도 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예, 보내주면 안 되는데’라고 대답했었는데, 이는 불법적이어서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개인적 후회의 의미로 쓴 것”이라고 조서 작성 당시 답변 취지를 정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촬영한 사진을 지난 3월 언론에 제보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김 전 회장과 김 전 재무이사의 주장이 엇갈렸다.
김 전 회장 측은 “김 전 재무이사가 먼저 자료를 언론에 제보하자고 했고 제보 문건 작성과 언론사 제보도 김 전 재무이사가 했다”고 했다. 반면 김 전 재무이사는 “제가 지난 3월 캄보디아에 있을 때 김 전 회장이 언론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지시해 사진을 보낸 것”이라며 “제보 문건을 작성하긴 했지만 김 전 회장의 ‘컨펌’까지 받았다”고 반박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