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못볼까봐” 英요양원서 치매 노모 빼돌린 딸 체포 [영상]

입력 2020-11-07 06:15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으로 요양원에 있는 노모를 만나지 못하게 된 70대 딸이 90대 엄마를 몰래 빼돌리려다 체포됐다.

영국 BBC,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이스트요크셔주에서 일레니아 안젤리(73)가 치매에 걸린 97세 노모를 요양원에서 빼내 도망치다가 붙잡혔다. 이날은 영국에서 제2차 봉쇄령이 시행되기 이틀 전이었다.

안젤리는 이날 자신의 딸 린드라 애쉬튼(42)과 함께 2차 봉쇄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노모가 지내는 요양원을 방문했다. 요양원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대면 면회가 금지되고 창문 면회나 화상 통화만 허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창문 면회마저도 계획대로 되지 않자 두 사람은 봉쇄 기간 동안 노모가 혹시나 세상을 떠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요양원 안으로 들어가 노모를 데리고 나왔다.


입소자가 사라졌다는 요양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로 위에서 세 사람이 탄 차를 붙잡았다. 안젤리는 경찰에 ‘노모와 함께 있게 해달라’ ‘노모를 다시 요양원에 보내지 말라’며 간청했으나 경찰은 안젤리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태웠다. 노모는 다시 요양원으로 돌려보내졌다.


애쉬튼은 사람들에게 사연을 알릴 목적으로 당시 상황을 카메라로 촬영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애쉬튼은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엄마는 간호사다. 할머니를 돌볼 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차에 홀로 남겨진 할머니에게 다가가 “우리가 어떻게든 할머니를 지킬 것이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애쉬튼은 페이스북에 “이미 9개월 동안 할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절벽 끝에 내몰린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영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요양원 등 돌봄시설 방문을 제한해왔다.

애쉬튼은 간호사인 엄마가 할머니를 직접 돌보게 해달라고 요양원, 보건당국, 하원 등에 진정서를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경찰은 친절했고, 최선을 다해 자기 일을 했을 뿐이다. 문제는 탁상행정”이라며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요양원 입소자를 만날 수 있도록 가족에 ‘필수노동자’ 지위를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드라 애쉬튼, BBC 캡처

애쉬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법을 어겼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며 “우리만이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가족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경찰 측은 “노인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노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돌볼 법적 책임은 요양원에 있었다. 우리는 법에 따라 노인을 요양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도 고통스러워했다”며 “정말 힘든 상황임을 이해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가족의 마음에 깊이 공감한다”고 전했다. 체포됐던 안젤리는 훈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