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일깨운 ‘초연결 세계’…다자주의만이 해법”

입력 2020-11-06 17:17
6일 오전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제15회 제주포럼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영상을 통해 제1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코로나19가 촉발한 팬데믹(pandemic, 세계보건기구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시대 다자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2020년 제15회 제주포럼에서 세계 석학과 지도자들은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공통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으로 국가간 연대와 협력을 꼽았다.

그러나 자국 이익 극대화에 몰두해 온 기존 각 국가 지도자들의 리더십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유엔 등 국제 기구의 역할 확장과 국제기구에 대한 각 국의 지원 강화, 자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민 설득 등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6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제주포럼 ‘팬데믹 시대, 다자협력의 새로운 구상’ 제1세션에서 “코로나19는 우리가 얼마나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지를 다시 깨닫게 했다. 기후 위기, 전염병 대유행, (미국과 중국 등)힘의 경쟁 심화, 놀라운 속도의 기술 발전 등 위기의 양상이 급변한 시대에는 국가간 다자협력이 문제해결에 유일한 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이 전쟁 다음 세대를 위해’ 유엔이라는 국제 기구를 만들었고 미국이 존경받았던 것은 유엔의 활동(현장)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인데 지금 미국은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고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거론하는 등 국제기구와 국제규범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연대와 유대 없이 세계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만큼 미국은 다시한번 다자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6일 오전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제15회 제주포럼 제1세션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도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연대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 없이는 실행이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고촉통 전 총리는 영상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로 다자간 협력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금 말하는 다자주의란 단순히 보면 모든 사용가능한 것을 국가간에 공유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국가가 백신을 개발했다면 내 국가 국민이 모두 맞지 못 한 상황에서도 타 국가에 백신 기술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를 국민들이 용인하겠나. 정치적으로,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정치 지도자는 이를 추진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도 다자간 협력 이행의 어려움을 짚고 타개 방안으로 국제기구의 활성화를 언급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영상 기조연설에서 “고촉통 전 총리의 말처럼 어느 한 국가가 백신을 개발했을 때 다른 국가에 제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며 “하지만 전세계적인 보건 의료 기금을 조성해 백신 개발을 함께 추진한다면 비슷한 시기에 전세계에 백신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세계 모든 리더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자국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교역을 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호 의존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알려주었다. 함께 부담하고 함께 모색하고 자국민을 서로 설득하며 이젠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실천적 자세를 강조했다.

이날 석학들의 결론은 국제기구의 활성화를 통한 국제 질서의 회복·강화로 모아졌다.

고촉통 전 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유엔을 기반으로 하는 다자체제 구성하되 유엔이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대표성을 갖는 기구로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고촉통 전 총리는 또 “세계보건기구에 최선의 지원을 계속 제공해 각 국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적절한 도움과 연계를 받아야 하며, 세계무역기구의 규범집을 개정해 디지털 경제와 같은 새로운 영역을 통합하고,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해야 한다. 모두가 실행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어떤 전쟁도 코로나19처럼 이 세상을 동시에 흔든 적은 없었다”며 “21세기는 2000년에 시작된 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난 2020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해 평화의 섬 제주의 역할을 계속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2001년부터 매년 5월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도와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11월로 연기됐다. 2020년 제주포럼의 주제는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구상:팬데믹과 인본안보’다.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롯데호텔 제주에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