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용규놀이’ 못보나요…늦가을 야구판 휩쓴 피바람

입력 2020-11-06 17:11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이용규. 연합뉴스

이용규, 박희수, 채태인, 최진행, 윤석민….

늦가을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프로야구판에 가을야구 문턱에도 못 간 하위 팀을 중심으로 매서운 피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거나 리그를 빛내던 핵심 선수들이 차가운 방출 통보서를 받아들었다.

SK 와이번스는 6일 11명의 방출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국가대표 출신 좌완투수 박희수(37)와 내야수 채태인(38), 윤석민(35) 등 굵직한 선수들이 포함됐다. 특히 2012년 홀드왕 출신 박희수는 오랜 기간 SK 불펜의 핵으로 활약하며 2013년,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지만, 세월을 피해 가지 못했다. 올해 박희수는 1, 2군을 오가며 28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5.47로 부진했다.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채태인. 연합뉴스

베테랑 채태인과 윤석민도 세대교체의 쓴맛을 다시게 됐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팀을 옮긴 채태인은 ‘신인의 자세’로 올 시즌을 준비했지만, 71경기에 나와 타율 0.281, 7홈런, 24타점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KT 위즈에서 이적한 윤석민은 1군 34경기에서 타율 0.192 3홈런 12타점으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이날 한화 이글스도 11명의 방출 선수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5일 방출 결정을 알린 주장 이용규(35)를 포함해 송광민(37), 최진행(35), 안영명(36), 윤규진(36)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송광민과 최진행은 오랫동안 한화 1군 내·외야를 지킨 선수들이고, 투수 안영명과 윤규진은 프랜차이즈 선수다.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투수 박희수. 연합뉴스

한화는 “이번 선수단 재편은 기존 주축 세대에서 새로운 세대로의 단계적 전환이라는 구단 중기 전력구성 목표에 따라 진행했다”며 “명확한 운영 방향에 맞춰 팀의 미래를 책임질 집중 육성 대상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타율왕에 오른 최형우(KIA 타이거즈)처럼 모든 선수가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매년 리빌딩 최전선의 직격탄을 맞는 베테랑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