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사는 40대 워킹맘 황모씨는 갑작스런 돌봄교실 중단으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초등 1학년 아이를 돌봐야 했다. 학교에 ‘다른 서비스가 없겠느냐’며 사정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우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전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긴급하게 가족돌봄휴가를 통보한 바람에 회사에서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황씨는 “돈이라도 있으면 아이 돌보는 아주머니라도 부른다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떡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말로는 정부가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돌봄교실 파업에 대한 대책도 없느냐”며 “직장 커리어나 아이 돌봄을 생각하면 둘째도 가질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이 파업을 벌인 6일 맞벌이 부부들은 힘든 하루를 보내야 했다. 휴가를 소진하거나 친정 부모님을 부르는 등 하루를 겨우 버텼다. 이들은 파업이 반복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은 8시간 전일제 근무 전환과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책임을 강화하는 ‘온종일 돌봄법’ 철회를 요구하며 이날 예고한 파업을 강행했다.
휴가 사용도 여의치 않아 할머니가 ‘원정 돌봄’을 오는 가정도 있었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김모(38·여)씨는 서울에 사는 70대 친정어머니를 오전 6시에 부랴부랴 호출했다. 돌봄서비스 중단으로 초등 1학년인 아이가 집에 머물게 돼 휴가를 써야 하는데 온라인수업 시행으로 이미 상반기에 연차를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안그래도 회사에서 ‘올해는 애 안보냐’ ‘아직도 다니고 있냐’는 농담을 하며 눈치를 주는데, 이럴 때마다 회사를 관둬야 하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가정도 고된 하루를 보냈다. 대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39)씨는 이날 혼자 가게 일을 보느라 진땀을 뺐다. 이씨는 “오늘 아내가 아이를 보기로 해서 혼자 일했더니 세배, 네배 힘든 기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줄줄이 잡힌 미팅 일정을 소화를 위해 혼자 동분서주해야 했다. 이씨는 “보통 한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한명이 출장을 다녀오는데 안팎의 일을 병행하니 정신이 없다”고 했다.
발을 동동 굴렀던 학부모들은 돌봄 공백이 크지 않았다는 교육 당국 발표에 또 한 번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부가 집계한 파업 참여 돌봄전담사는 전체 1만1859명 가운데 41.3%인 4902명이다(오전 11시 집계 기준).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각급 학교의 돌봄 공백 최소화 노력으로 돌봄교실 1만2211실 가운데 7980실(65.4%)이 정상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경우) 돌봄교실 운영은 평시 대비 85.8%로 파업에 따른 돌봄공백 영향은 우려보다 크지 않다”고 밝혔다. 황씨는 “당장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교육 당국의 태도가 어처구니 없다”고 말했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앞길이 깜깜한 학부모들은 파업의 정당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하면 주말같이 쉬는 날 활동을 할 것 같다”며 “굳이 평일에 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교육부는 “이번 돌봄전담사 파업으로 학부모 및 학생들의 돌봄 불편을 초래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라면서 “돌봄노조 및 교원단체 등 각 직능단체, 교육청 및 관계부처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코로나 감염병 확산 속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초등돌봄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