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연루 성폭력 '핫라인' 구축…2차 가해 공무원 ‘징계’

입력 2020-11-06 15:42
황윤정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면 징계 등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장이 연루된 성 비위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여성가족부의 ‘핫라인’으로 신고를 접수할 수 있다.

여가부는 6일 오후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열고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여가부 장관의 시정명령권 도입, 2차 피해 보호조치 의무화 및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내에 기관장 전담 신고창구 마련 등이 골자다. 이는 최근 서울·부산시 등 공공부문에서 잇따라 성희롱·성폭력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현행 체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대책은 2차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해 휴가와 부서 재배치 등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여하고,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 의무 등의 내용을 담은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또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 악의적인 소문내기와 따돌림 등 조직 내 2차 가해 행위가 발생하면 징계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든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및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개정해 ‘2차 가해 관련 징계양정 기준’을 편성키로 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서 기관에 시정을 권고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여가부 장관이 직접 시정을 명령하고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공공기관장이 연루된 성 비위 사건은 피해사실을 알리기가 더욱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여가부가 직접 피해 신고를 받기로 했다. 여가부는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내에 기관장 전담 신고창구를 다음달 1일까지 만들 예정이다.

기관 내 성 평등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관련 지표를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지표로 신설·반영한다. 예를 들어 지자체장의 성 평등 공약, 공무원 성인지 역할 강화 등을 정성평가 지표로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여가부 직권조사권 등이 포함되지 않고, 2차 가해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또 2차 피해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에 대한 징계도 해당 기관 내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봐주기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2차 피해라는 정의 규정 자체가 없었고 그게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도 국가기관에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지침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침 표준안을 연구용역으로 현재 작업 중”이라며 “지금은 2차 피해에 대한 징계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이를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