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아직 끝난 게 아니다…마지막 변수 ‘줄줄이’ 재검표

입력 2020-11-06 13:33 수정 2020-11-06 13:50
위스콘신주 등 4개 격전지 재검표 속출 가능성
조지아주선 개표율 98%서 트럼프·바이든 ‘동률’
초박빙 표차 빚어진 주에선 결과 뒤집을 수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리 시의 공무원들이 4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가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난관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재검표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위스콘신주·조지아주·네바다주 등 4개주에선 해당 주(州) 법에 따라 재검표가 줄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표차가 큰 지역에선 재검표를 해도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조지아주와 같이 개표율 98%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49.4% 동률을 기록하는 주에선 승자가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대선 개표 과정을 문제 삼으며 미시간주와 조지아주를 상대로 제기한 법적 소송에서 연달아 패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가 제기한 소송은 대선 재검표와 별개의 문제다.

트럼프 캠프는 미시간주를 대상으로는 개표 중단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시간주 법원은 트럼프 캠프의 요구를 기각했다.

또 트럼프 캠프는 조지아주를 겨냥해선 우편투표 접수 시한 이후 우편투표 용지와 그 이전에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를 분리해 불법 투표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지아주 법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잘못 처리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캠프의 기대는 꺾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의 요구대로 일부 주에선 재검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주(州)들은 법으로 대선 재검표가 가능한 조건들을 규정했다. 일리노이주·조지아주·네바다주·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선 이 조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재검표가 확정적인 지역은 위스콘신주다. 바이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힘겹게 이긴 주다.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주에서 49.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8.8%의 트럼프 대통령을 불과 0.6% 포인트 차로 제쳤다.

위스콘신주는 선거에서 1% 포인트 미만의 표차가 발생할 경우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법으로 정했다. 트럼프 캠프는 재검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아이니러한 사실은 2016년 대선에선 정반대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위스콘신주에서 0.77% 포인트의 초박빙 표차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일리노이주에서 재검표 요구가 터져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검표 반대를 강하게 주장했었다. 하지만 재검표를 해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표가 131표 더 늘었다.

올해 대선에서 위스콘신주의 표차는 2만 534표.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2만 표가 넘는 격차를 재검표에서 역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은 조지아주도 재검표 유력 지역이다. 조지아주는 표차가 0.5% 미만일 때 재검표가 가능하다고 법으로 정했다. 개표율 98%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49.4% 동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조지아주에서 재검표를 요구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펜실베이니아주도 마찬가지다. 개표율 95%에서 트럼프 대통령(49.6%)이 바이든 후보(49.2%)를 불과 0.4% 포인트 차로 이기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0.5% 포인트 차의 표차가 발생했을 경우 재검표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질 경우 재검표가 확실시된다.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은 네바다주에서도 재검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네바다주에선 표차와 상관없이 패배한 후보가 재검표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네바다주에선 바이든 후보가 49.4%의 득표율로, 48.5%의 트럼프 대통령을 0.9% 포인트 차로 앞서 있다. 트럼프 캠프는 네바다주를 상대로 재검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는 것은 재검표에서 결과가 바뀌면 트럼프 캠프는 재검표 비용을 돌려받지만, 패배가 재확인될 경우 비용을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

미시간주는 애매하다. 미시간주에선 2000표 차 이하의 표차가 발생하거나 패배한 후보가 부정선거가 빚어졌다는 사실을 주장할 때 재검표가 가능하다. 미시간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애리조나주는 재검표가 열리지 않을 확률이 큰 주다. 애리조나주는 0.1% 표차가 빚어질 경우 재검표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가장 표차 기준이 엄격하다. 개표율 90%의 애리조나주에선 바이든 후보가 1.6% 앞서있다. 재검표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가 법적 소송을 통해 재검표가 이뤄지도록 만드는 방법은 남아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