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미리 개표할 수 없었고 지금도 도착
초박빙 대선…막판 표 계산에 신중 또 신중
미국 대선이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됐지만, 펜실베이니아주 등 5개 주에선 5일에도 개표를 끝내지 못했다.
여전히 개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당일 투표가 종료된 이후 개표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사흘 째 개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이전 우려됐던 개표 지연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당선인 발표가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개표가 언제 완료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거북이 개표가 빚어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록적으로 높은 투표율이다. 집계해야 할 표가 많아진 것이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현재 66.8%로 추정된다. 1900년의 대선 투표율 73.2% 이후 120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다.
개표 인력과 행정력이 기록적인 투표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의 개표가 늦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피츠버그, 조지아주의 애틀랜타,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 등 대도시들은 아직도 개표를 끝내지 못했다. 대도시의 개표가 지연되는 것이 이들 주 개표 결과 발표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개표 막판에 역전을 하거나 맹추격을 하는 비밀도 여기에 숨어 있다. 대도시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사는데, 대도시 투표함이 늦게 집계되면서 바이든 후보가 후반에 속도를 내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다.
우편투표가 크게 늘어난 것도 지각 개표에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NBC방송은 최소 1억 70만명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편투표의 경우 유권자 확인 등 별도의 절차가 추가된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각 주(州)마다 우편투표 개표의 규정이 다른 것도 지각 개표를 부추긴다. 개표가 아직도 진행 중인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 당일 아침부터 사전투표 개표를 시작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우편투표가 도착해 있어도 미리 개표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펜실베이니아주 내의 일부 지역들은 대선 당일 숨 쉴 틈 없이 바빠 대선 다음날 우편투표 개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또 법으로 대선 당일 소인이 찍혀있는 우편투표의 경우 사흘 뒤인 6일까지 개표소에 도착할 경우 유효표로 인정해 개표할 수 있도록 정했다. 사정이 이러니, 개표가 빨리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다. WP는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소엔 우편투표가 계속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이 초박빙으로 전개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펜실베이니아주·조지아주·애리조나주·네바다주 등 4개 주는 개표가 88%∼98%까지 진행됐으나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4개 주에선 승자를 알 수 없는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조지아주에선 개표가 98% 이뤄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9.4%)과 바이든 후보(49.3%) 의 격차가 0.1%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개표가 끝날 때까지 한 표, 한 표 계산에 더 집중하다 보니, 개표가 더욱 늦어지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