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트럼프 “선거 도둑맞아… 법적으론 내가 이겨”

입력 2020-11-06 10:49 수정 2020-11-06 11: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선 개표 과정에서 패배색이 짙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서 “선거는 조작… 민주당이 선거 훔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며 “투표의 무결성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합법적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며 “지지자들이 침묵하도록 두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총기 등으로 무장한 채 개표소에 난입하는 등 폭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건은 그들(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 케이스다. 그러지만 않으면 내가 이긴다”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맹비난했다.

바이든 곧 매직넘버 달성… 다급해진 트럼프
통신은 현재 공화당 우세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주와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격차를 좁혀나가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라 곧 ‘매직넘버’ 270석을 달성할 전망이다. 미국 대선에서는 선거인단 270명을 먼저 확보하는 후보가 최종 승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확보한 선거인단은 214명이다. 264명(애리조나를 제외하면 253명)을 확보한 바이든에 비해 훨씬 뒤지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패가 갈리지 않은 애리조나주에서 간밤에 맹추격하며 탈환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는 애리조나주 역시 바이든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은 4개 경합주인 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주 가운데 한 군데서라도 지면 대선에서 패배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패배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과정을 트집 잡으며 변수를 만들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후보가 270석을 달성해 승리를 선언하더라도 법적 공방을 벌이며 선거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크다.

대법원 가겠다지만… 개표소송 잇달아 기각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연방대법원에서 끝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최종 승자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인준되며 보수 성향으로 재편된 대법원에 기대보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이 의미 있는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여러 법률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트럼프의 개표 중단 소송이 곳곳에서 기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조지아주와 미시간주는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트럼프 캠프는 네바다에서도 추가 소송을 예고했지만 앞선 두 사례를 보면 마찬가지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위스콘신주는 법적으로 득표율 차이가 1% 포인트 미만일 경우 재검표를 허용하지만 애초에 개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으므로 결과가 달라질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에서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도 꾸준히 우편투표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등 부정선거와 관련된 음모론을 설파해왔다.

바이든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그 누구도 우리에게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빼앗지 못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렇게 되도록 놔두기에는 미국은 너무 멀리 왔고, 너무 많은 싸움을 했으며, 또 너무 많이 견뎠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