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갈등이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로까지 번졌다. 추 장관은 검찰에 배정된 특수활동비가 윤 총장의 ‘주머닛돈’처럼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고 여권에선 ‘대선자금으로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와 합동으로 만든 집행 매뉴얼에 따라 윤 총장이 특활비를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라며 황당해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혈안이 돼 대선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다고 비약하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결국 이날 법사위에 참석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나서서 특활비 점검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윤 총장의 특활비 논란은 5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면서 시작됐다. 소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며 “대검 특활비 배정을 검찰총장 맘대로 해서 측근에게 많이 주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준다는 거다”라며 추 장관에 특활비 증감 내역을 요구했다.
이에 추 장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썼는지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아 알 수 없다”며 “현재는 이른바 ‘루프홀(제도적 허점)이 있다. 대검에서만 구시대 유물처럼 이런 것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사건이 집중된 서울중앙지검에는 최근까지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서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는 얘기도 듣는 형편”이라고 한 추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중앙지검장일 때와는 다를 것이다. 업무 강도가 높은 지검일 텐데 특활비를 내려보내지 않아 수사 애로를 겪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내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특활비가 다 내려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내가 일선 현장의 고충을 들으니 그렇다는 건데, 나도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오후 질의에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가세해 특활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윤 총장이 대선에 나가느니, 마니 하고 있는데 대선 후보가 대선을 1년 앞두고 94억원의 현금을 영수증 없이 집행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한 김 의원은 “개인 돈도 선거법에 걸릴 수 있는데 이건 국가 예산이다. (이 돈이) 정치와 관계 없이 집행된다는 보장을 대한민국에서 누가 해줘야 하느냐”고 따져물었다.
“윤석열 사단이니 뭐니 하는 게 (검찰 내에) 있지 않느냐”고 한 김 의원은 “(특활비를) 임의집행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뿐더러 (윤 총장은) 정치인으로 이미 취급받고 있다. 나가서 밥 사는 것만 해도 계속 쟁점이 될 것이라서 걱정이 되더라. 제도에 큰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의원도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예산을 정해진 용도로 쓰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거나 사적으로 썼으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느냐.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고 손실죄도 성립된다”며 “검찰총장도 (특활비를) 유용했거나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외부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표명했다”며 “공무원이 어디에 쓰는지 확인이 안 되는 84억원을 자기 마음대로 쓰면 정치자금으로 활용해도 전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 거듭 윤 총장의 특활비 의혹을 제기하자 국민의힘은 “검찰 총장 찍어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 찍어내기에 혈안이 돼 있으면 윤석열의 대선 선거운동 자금으로 쓸 수 있다고까지 비약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활비라는 건 기밀 유지를 요하는 수사, 안보, 그에 준하는 업무를 하는 부서에만 쓰게 돼 있다”며 “감사원에서는 특활비에 대한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검찰 특활비 사용내역도 지침에 맞게 감사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법사위에 참석했던 최재형 감사원장은 특활비 점검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최 원장은 “특활비 예산 배정은 법무부로 된다. 감사원에서 법무부를 감사할 때 특활비 예산을 어떻게 하고 지침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감사했다”며 “대검은 법무부 지침대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검을 감사할 때 해당 부분을 따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예산소위 위원들을 향해 “대검이 자료 협조를 안 하거나 부당하게 집행한 내역이 확인되면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고 특정업무경지로 순증시켜 심사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여야 간사 간 협의 끝에 대검 특활비 논쟁은 문서검증을 통해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다. 대검 뿐 아니라 법사위 소관 기관인 법무부, 감사원, 법제처 등 다른 기관의 특활비도 일시 점검하기로 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2018년 만들어진 집행 매뉴얼이 있어 총장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반박도 이어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진 전 교수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소식을 공유하며 “푸하, 뿜었다. 이젠 막 던지는 군. 휴, 찌질하기는...”이라고 조롱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