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직 대법관에게 삭감된 예산을 거론하며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라고) 절실하게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판사 출신인 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원행정처 등 예산 심사를 위해 열린 전체회의에서 현직 대법관인 조재현 법원행정처장에게 법고을 LX USB 제작사업 예산이 지난해 3000만원에서 0으로 삭감됐다며 절실한 호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고을LX는 주요 대법원 판례와 각급 법원 판결, 헌법재판소 결정례, 대법원 규칙‧예규‧선례, 법원도서관 소장 도서목록과 저작권 동의된 법률논문의 원문자료 등을 수록한 국내 최대 법률정보 데이터베이스로 USB 메모리를 통해 제공된다.
이날 박 의원은 “법고을LX는 법 관련 사람들에겐 전통의 빛나는 자료”라며 “요청한 비용이 1억1500만원인데 지난해 3000만원에서 예산조차 삭감해 0원이 됐는데 이 예산을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조 처장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잘 살펴달라”고 답했다.
이후 논란의 발언이 나왔다. 조 처장의 답변을 들은 박 의원은 웃으며 “3000만원이라도 좀 절실하게 말씀해보라. 그래야 된다. 이게…”라고 조언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의원님들, 정말로 국민들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요만한 다리 하나에, 상판 하나에 해당하는 돈밖에 안 되는 거다. ‘의원님들 살려주십시오.’ 한 번 해라”고 충고했다.
이를 경청하던 조 처장은 “그 LX 사업비…”라고 설명을 하려 했고 박 의원은 말을 가로채 “아니 ‘살려주십시오’ 하면 끝날 일을, 참 답답하시네. 대법관님, 내가 대신하겠다”고 했다. 조 처장은 난감한 듯 “네”라고 답하며 웃어넘겼다. 소식을 접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들 약을 먹었나. 왜들 이러는지”라며 “국민 혈세가 자기들 쌈짓돈인가. 돈줄 쥐고 사법부를 흔들겠다는 얘긴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다. “예산이 회복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질의를 한 것”이라고 한 박 의원은 “다만 이 표현이 예산 심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이 우월적 권한을 남용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장께 간접적으로 표현에 언짢으시지 않았는지 여쭸고 괘념치 말라는 간접 전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사과와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박범계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대놓고 갑질이다” “국회의원의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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