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인텔 인수 여력 충분, 낸드 매출 15조원 목표”

입력 2020-11-06 02:02


이석희(사진) SK하이닉스 사장이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통해 5년 내에 낸드 매출을 1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10조3104억원(90억달러)에 달하는 인수 금액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에는 “즉각적 인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반박했고, 회사의 자금 조달 능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4일 진행된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낸드 시장의 핵심 동력이 될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기술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하고, 규모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이번 인수로 3년 내 낸드 자생력을 확보하고, 5년 내 매출을 3배 이상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엔드 SSD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시간과 자원을 고려해볼 때 이미 사업을 잘 갖추고 있는 인텔을 인수하는 게 단기적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직접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답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컨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한 건 2013년 박성욱 당시 사장 이후 7년 만이다. 인텔 낸드 부문 인수 발표 후 주가가 떨어지는 등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자 직접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인수금액이 실제 가치 대비 비싸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까지 인텔 낸드사업부문(옵테인 포함)의 3년간 누적 영업이익률이 -11.8%였으며, 성장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2030년 데이터센터 용량이 현재의 5.7배인 51억TB(테라바이트)로 늘어나고, 속도와 전력 효율이 높은 SSD 비중이 40%대에 이르는 등 향후 낸드 시장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우려도 일축했다. 이 사장은 “인수 자금 절반은 보유 현금성 자산과 향후 창출할 현금 흐름으로 충당이 가능하고, 잔여분은 차입 등 외부 조달과 자산유동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전망에는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지 않아도 조달 여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3분기 매출 8조1288억원, 영업이익 1조299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분기 대비 각각 6%, 33% 줄어든 수치다. 모바일향 메모리 수요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데이터센터향 서버 D램과 SSD 수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4분기에도 D램과 낸드 모두 공급 과잉과 재고 부담으로 가격이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에는 재고 조정과 모바일 수요 증가 등으로 시장 가격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