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내년 보궐선거는)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언급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을 향해 “내가 학습 교재냐”고 반발했다.
피해자 A씨는 5일 오거돈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오거돈 사건이 집단 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 교재냐”라며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피해 주기 싫어서 악착같이 멀쩡한 척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데 여성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 있나”라며 “저 소리를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A씨는 “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면서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A씨를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주축으로 전국 290여개 여성 인권단체가 모여 구성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그 논리대로라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오거돈과 고 박원순 시장은 전 국민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가르쳐 준 스승이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피해자는 국민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시켜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면서 “이제까지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여성가족부 수장이 이러한 관점으로 기관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자신의 망언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에 838억원이 사용되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고 묻자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같은 날 오후 예결위 답변에서 “피해자에게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