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늦가을 추위에 ‘우승 DNA’를 깨워 2020시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로 진출했다. 가을만 되면 펄펄 나는 베테랑 내야수 오재원이 두 경기 연속 ‘멀티 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LG 트윈스는 뒤늦은 홈런포 4방으로 반격했지만 초반 대량 실점을 만회하지 못해 시즌을 마감했다. ‘잠실 라이벌전’이 된 준플레이오프는 연이틀 매진될 만큼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지만, 결국 두산의 완승으로 끝났다.
두산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LG를 9대 7로 제압했다. 3전 2선승제인 준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연승을 거둬 플레이오프로 넘어갔다. 플레이오프는 오는 9일부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5전 3선승제로 진행된다.
두산은 이제 포스트시즌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명가’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는 KT 위즈와 한국시리즈로 직행한 정규리그(KBO리그) 챔피언 NC 다이노스는 모두 창단하고 10년도 되지 않은 팀이다.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 챔피언 OB 베어스의 후신으로 39년째 명맥을 유지하며 6회 우승을 달성한 전통의 강자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는 모두 추위를 피해 고척돔으로 편성됐다. 그 덕에 두산은 원정경기의 부담을 덜었다. 고척돔에 편성된 경기를 서울의 두산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실상 홈경기처럼 치를 수도 있다. LG와 승부를 3차전까지 끌고 가지 않아 사흘의 휴식을 얻은 점도 호재로 작용한다.
두산은 지난해 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챔피언답게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올 시즌 KBO리그를 3위로 완주했지만, 팀 타율(0.293)·평균자책점(4.31점) 1위에 오를 만큼 탄탄한 타선과 마운드는 단기전에서 강한 힘을 발휘했다.
오재원은 그 중심에 섰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타율 0.232의 미흡한 성적으로 주장 완장을 오재일에게 반납할 만큼 부진했지만, 준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모두 2안타 2타점씩을 기록해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로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이날은 2회초 2사 2루와 4회초 1사 1·3루에서 모두 좌전 적시타를 쳐 대량 득점의 발판을 놨다. 두산은 1-0으로 앞선 4회초 타자 일순하면서 오재일의 투런 홈런까지 추가해 무려 7점을 뽑았다.
LG도 그냥 무너지지 않았다. 4~5회말에 로베르토 라모스의 연타석 홈런과 채은성의 솔로포, 김현수의 투런포로 응수했다. 오지환은 6회말 2사 1·2루에서 좌중간 2루타로 주자를 싹쓸이해 2점을 추가했다. 그렇게 득점 없이 8점을 빼앗긴 승부를 단숨에 1점차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대타 이천웅의 안타 1개만 수확한 하위타선의 빈타가 아쉬웠다.
두산은 9회초 무사 1루 허경민의 타석에서 LG의 내야 송구 실책을 틈타 홈까지 전력으로 질주한 대주자 이유찬의 빠른 발로 1점을 추가했다. 모두 6명이 투입된 두산 마운드에서 세 번째 순번으로 구원 등판해 1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최원준은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의 ‘선승 필승’ 공식을 이어갔다. 올해처럼 3전 2선승제로 편성된 17차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자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로 유지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