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없는데 인용?… 홍진영 표절 해명 설득력 낮아

입력 2020-11-06 00:05
홍진영의 모습, 표절로 지적된 문장들. 뉴시스·캡처

가수 홍진영씨 측이 석사 논문 표절 논란 관련 “표절 아닌 인용”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의혹은 더욱 불어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는 결론 부분에서도 타 연구물과 유사한 문장이 다수 발견됐다.

출처 없는 인용이 바로 표절

홍씨의 소속사 IMH엔터테인먼트는 5일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이 일자 “타 논문을 표절한 일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2009년 당시 논문 심사에서는 인용 내용과 참고 문헌 등 주석을 많이 다는 것이 추세였고 많은 인용이 있어야 논문 심사 통과를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씨 측이 내놓은 “인용을 많이 했을 뿐 표절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인용이란 인용 부호나 인용 단락 표시를 하고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행위다. 표시했다면 인용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절인 셈이다. 하지만 홍씨의 논문은 참고문헌에 인용 자료 제목만 명시했을 뿐 본문에는 별도로 인용 표기를 하지 않았다.

인용 표기는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직접 인용은 인용 부호(“”)나 인용 단락 표시를 하고 출처를 밝히면서 다른 연구자의 텍스트를 사용하는 형식이다. 간접 인용의 경우 다른 사람의 텍스트를 연구자 자신의 글쓰기 방식으로 바꿔 기술하되, 해당 부분에 출처를 밝힌다. 이때 인용은 논문의 주된 내용을 부수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홍씨 논문 대다수 문장이 인용 문장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카피킬러 캡처


홍씨의 석사 논문은 일부만 들춰봐도 2009년 이전의 논문들을 짜깁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제5장 요약 및 결론’ 부분은 연구의 결과를 분석해 설명하는 파트인데, 유독 표절 문장이 많다. 문장 대부분이 2008년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에서 내놓은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종합조사 연구’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그가 연구 결과 결론으로 제시한 방법 대다수가 이 자료에 나온 내용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시기적 오류? 2008년 나온 기준 살펴보니

소속사는 ‘시기적 오류’를 언급했다. 카피킬러 시스템은 2015년부터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했으며 50퍼센트가 넘는 표절을 걸러내기 위해 시작된 제도이고, 해당 시스템이 없었던 2009년 심사된 논문을 검사 시 표절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카피킬러의 검사 결과로만 홍씨 논문의 표절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홍씨가 논문을 쓰기 한 해 전인 2008년 교육인적자원부는 논문 표절 여부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형은 ①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는 경우 ②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또는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③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경우 표절로 판정하도록 당부한다.

홍씨 논문은 최소 두 개(①번과 ③번) 기준에 부합한다. 참고로 카피킬러 역시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는 경우를 잡아내는데, 홍씨 논문의 경우 74%의 표절률을 기록했다.

또 해당 모형은 남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 표시 없이 쓰거나 짜깁기, 연구 결과 조작,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큰 저작물은 ‘중한 표절’로 분류해 파면, 감봉 등 중징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홍씨의 논문은 주석뿐 아니라 결론 파트까지 출처 표기 없는 유사한 문장이 확인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