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한텐 더 좋은 걸로…” 펫팸족 소비 급증, 만족도는 ‘쩝’

입력 2020-11-08 06:00
마켓컬리 제공

“강아지는 상품에 만족하는지, 어디가 불편한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못하니 기왕이면 가격대가 더 높은 걸 선택하게 돼요. 비싼 만큼 상품 질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기능을 고려해도 반려동물 용품들 가격이 전반적으로는 비싸게 형성돼있는 것 같아요.” 반려견을 5년째 키우고 있는 이혜지(25)씨의 말이다. 이씨처럼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관련 상품과 소비도 증가했지만 구매에 대한 만족도는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펫팸족은 지난해 1500만명을 넘어섰다. 네 집 중 한 집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용품 소비 증가세도 가파른 모양새다. 5일 CJ오쇼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반려동물 관련 상품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마켓컬리에서는 반려동물 상품 주문 시 1회 평균 구매금액이 전체 상품 1회 평균 구매금액보다 36% 높아 반려동물에게 비용 지출을 더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1월~10월 26일 기준).

현대렌탈케어가 5일 출시한 고양이 자동화장실 ‘라비봇2’. 현대렌탈케어 제공

업계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가 2018년 2조8900억원에서 올해 5조8000억원대로 성장하고, 내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상품이 더욱 다양해지고 대기업들도 관련 시장에 계속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라이프스타일 펫 브랜드 ‘넬로’(Nello)를 론칭한 쿠쿠전자는 펫 제품을 급수기, 드라이룸 등 가전에서 유모차, 하네스와 같은 일반 용품으로 확대하고 렌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렌탈케어도 이날 ‘고양이 자동화장실’ 렌털 상품을 출시하며 반려동물 용품 렌털시장에 뛰어들었다.

펫 푸드 시장엔 이미 동원F&B, 하림, 한국야쿠르트, 정관장 등 식품기업들이 진출해있고, 최근엔 가전, 장난감 등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이어 펫 보험 등까지 진출 범위가 넓어졌다. 현대백화점은 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을 오픈하면서 업계 최대 규모의 펫파크를 구성하고 프리미엄 토탈 펫 케어숍 ‘코코스퀘어’도 선보였을 정도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하지만 늘어나는 선택지 대비 반려동물 용품 관련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6일까지 총 2만6000명(개별 시장당 1000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비자시장평가를 진행한 결과 반려동물 관련 상품은 소비자지향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경고시장’에 포함됐다. 특히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 기대했던 수준에 어느 정도 접근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대만족도 항목에서 반려동물 관련 상품은 2017년 대비 2020년 수치가 가장 큰 폭(-0.7)으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2017년에 비해 반려동물 용품 시장은 다양화됐지만 그에 비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만큼의 품질이 뒤따라오지 못해 그런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전반적인 품질이 낮다기보다 소비자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아낌없이 지불할 의향도 있었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제품을 찾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반려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CJ오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는 반려동물 이동용 ‘밀리옹 겟어웨이 가방’. CJ오쇼핑 제공

반려견을 14년째 키우고 있다는 박모(24)씨는 “반려견을 가족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좋은 걸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좋은 가격에 좋은 품질까지 갖춘 제품을 찾는 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노령견을 키우고 있는 최모(35)씨도 “반려동물 용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너무 비싸다”며 “5만원가량을 주고 구매했던 반려견 옷은 재질이 좋지 않았고, 4만원 넘게 주고 산 자동리드줄은 줄이 제대로 늘어나지 않아 잘 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진출했던 펫 푸드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상품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막 진출이 늘고 있는 반려동물 용품 관련 시장은 전반적인 품질 향상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 전반의 품질이 올라가려면 실력 있는 중견 이상 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아직 그게 저조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중견, 대기업의 참여로 품질 향상을 이끄는 혁신이 계속 이뤄진다면 소비자 만족도도 점차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