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내년 보선, 성인지성 집단 학습기회” 논란…野 “궤변”

입력 2020-11-05 17:46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범죄가 원인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여가부 장관이 ‘학습 기회’로 지칭한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과 관련 있는 점을 들어 “선거에 838억원이 사용되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이 “838억원을 학습비라고 생각하시는 거냐”고 재차 묻자, 이 장관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저희가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윤 의원이 “장관님 참 편한 말이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냐”고 반문하자 이 장관은 즉답을 피했다. 재차 윤 의원이 답변을 요구하자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을 못하는 분이 대한민국의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 가해자 편에 서서 문재인정부를 욕되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장관은 “성폭력 피해의 문제가 과잉 정쟁화 되게 되면 피해자에게 또 다른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받아쳤다.

야당은 일제히 이 장관의 발언을 맹비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피해자인 여성의 고통을 보듬고 대변해도 모자랄 여가부 장관이 오히려 여당의 후안무치를 감싸기 위해 학습 기회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선거를 두고 국민 집단 학습의 기회라니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고 했다. 이어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위계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로 인해 치르게 되는 선거이며, 피해자의 피해 호소는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커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적반하장이야 이 정권의 종특(종족의 특성)이지만 성추행은 자기들이 해놓고 성인지 학습은 국민한테 받으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것도 838억원 들여 국민들 자비로. 장관들이 단체로 실성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