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동문회’를 연상케 하는 자리였다. 연말 리그를 총결산하는 시상식 자리에서 포항에 몸을 담았거나 담고 있는 감독과 선수들이 각 부문을 싹쓸이하며 구단의 명성을 드높였다.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는 유독 포항 현역 선수들이 많이 보였다.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받은 송민규를 비롯해 감독상을 받은 김기동 감독, 베스트일레븐에 든 도움왕 강상우와 미드필더 팔로세비치, 공격수 일류첸코 등 외국인 선수들까지 이름이 수두룩했다.
포항 출신 선수들 역시 곳곳에 보였다. 이날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손준호와 공로상을 받은 이동국 역시 포항 출신이었다. 이날 신인왕 출신인 이동국이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송민규에게 상패를 건네는 모습 역시 ‘포항 동문’ 시상식을 방불케 했다.
송민규는 시상식 뒤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시상식에 와보니 마치 저희(포항)가 우승한 것처럼 상을 제일 많이 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포항 선수들이 이번에 상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건 김기동 감독님 덕분”이라며 공을 돌린 뒤 “(포항은)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리그 3위 팀 감독으로는 이례적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김기동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잘 길러내면서 포항 특유의 빠르고 매력적인 축구를 잘 구사했다는 평가 덕분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과 저 사이 벽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더 편하게 다가오고 선수들한테 주문하는 것도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소통에 문제가 없어서 (젊은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나는 너희들의 감독이기보다 너희 가야할 길을 먼저 간 선배’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선수들과 많이 논의하며 경기를 준비했던 부분들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