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맑음, 유명희 흐림… 희비 교차하는 한국 통상시계

입력 2020-11-05 17:27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한국 통상 당국은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 상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확실한 호재다.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총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최대 2.2% 포인트 더 늘어난다는 분석도 내놨다.

반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 오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시계(視界)는 흐릿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각에서 발표했던 지지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아름다운 퇴장’을 위한 시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전통적 WTO 체제 존중
일단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정부처럼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울 가능성은 낮다. 미 연방 상원의원 외교위원장, 부통령 재임 당시를 되짚어보면 다자간 협상을 선호하는 성향이 드러난다. WTO 체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룰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주의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철회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복귀와 함께 유럽과 함께하는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미중 관계도 호전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5일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높인 관세를 바로 철회는 안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수출 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효과로 한국의 총수출이 연평균 0.6~2.2% 포인트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연간 0.1~0.4% 포인트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의 토대이기도 하다.

유 본부장 지지한 美 입장 선회 가능성 높아
악재도 있다. 신임 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오른 유 본부장의 거취 문제다.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후보보다 뒤처졌다. WTO 관례 상 선호도에서 밀린 후보가 사퇴하면 최종 후보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면서 사무총장이 탄생한다. 하지만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이 과정이 꼬였다. 정부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었다.

이 상황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변했다. 아직 대통령 취임 전이고 내각도 갖추지 못했다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 미국의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유 본부장이 사퇴 시점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분간 신임 통상교섭본부장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