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표·소송 쟁점은… 대법원·하원이 승자 결정할까

입력 2020-11-05 17:16 수정 2020-11-05 17:22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풀턴 카운티 선거관리소에서 직원들이 부재자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는 분위기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소송전과 재검표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승자를 결정하는 공이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캠프가 주요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조지아·위스콘신주 등에서 법적 분쟁을 일으켜 당선자 확정을 늦추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연방대법원이 선거 분쟁에 무조건 개입하거나 개표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과 그에 따른 개표 지연, 지역별 접전, 주마다 다른 우편투표 마감 기한 등으로 트럼프 캠프의 소송 제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선거 결과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자세는 주요 경합주에서 펼쳐지는 박빙의 접전에 대한 그의 부담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우편투표 등에 대해 근거없는 불신을 드러내면서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여전히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는 개표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법적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이니아는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핵심 승부처로 우편투표만 300만장이 넘는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대선일인 3일까지 소인이 찍힌 투표용지가 사흘 뒤인 6일까지 도착하면 개표에 포함하도록 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연방대법원이 개표 방침을 인정했지만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선거 이후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WP 등은 분석했다.

이미 민주당의 승리가 확정된 위스콘신주에는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위스콘신주에선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일 경우 패자가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표가 99% 완료된 시점에서 바이든 후보는 49.4%의 표를 얻으면서 트럼프 대통령(48.8%)을 0.6%포인트 차로 이겼다.

트럼프 캠프는 “위스콘신 일부 카운티에서 결과의 유효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정행위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즉각 재검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아주에는 마감 기한을 넘긴 우편투표 용지들이 개표 대상에 포함됐다며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조지아 법은 매우 명확해 합법적으로 (득표 수가) 집계되려면 우편투표가 선거 당일 오후 7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면서 “채텀카운티에서 늦게 도착한 우편투표 53개가 합산되는 상황이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개표 지연에 소송전까지 겹친다면 ‘당선자 공백 사태’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를 두고 연방대법원이 개입해 선거일 이후 한 달간 혼란이 재현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깉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을 서둘러 지명해 연방대법원을 6대3의 보수 우위로 재편한 상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무조건적으로 받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슈아 더글러스 켄터키대 로젠버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와 관련된 분쟁을 연방대법원으로 바로 가져올 수 없으며 ‘개표를 중단하고 나를 승자로 선언하라’는 것이 소송의 사유가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밥 바우어 바이든 캠프 선임 법률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이뤄진 개표를 막기 위해 법원으로 가게 된다면 미국 대통령이 법기관 앞에서 겪은 가장 당혹스러운 패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연방대법원에 어필할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적절히 기재가 되고 시간 내에 제출된 투표용지 개표를 중단하도록 각 주에 강제하는 법적 사례가 없다. 법원의 권력은 제한적이고, 모든 주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대법원의 결정이 늦어지거나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없을 경우 공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주별로 1명씩 선출된 하원 대표단이 과반수로 다음 대통령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