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극단으로 쪼개진 양쪽 진영의 지지자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특히 근거없는 가짜뉴스가 확산되면서 성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수십 명은 전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개표소 인근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개표가 진행 중인 건물 안으로도 난입해 “개표를 중단하라” “표를 훔치는 것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캠프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일부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며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조지아 주 등지에서의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승기를 잡아가자 이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이날 지지자들 소동의 배경에도 이 같은 트럼프 캠프의 입장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대표와 회원 등 4명이 백악관 인근 거리에서 흉기에 찔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은 워싱턴 경찰에 술집에서 개표 방송을 보고 귀가하던 중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단체 회원들에게 흉기 공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용의자 3명을 추적하고 있지만 이들과 BLM 사이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표 관련 가짜뉴스가 경합주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폭력 사태를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애리조나에서는 투표소 측이 제공한 특정 브랜드(샤피)의 유성펜을 사용해 투표했을 경우 표가 집계에서 누락된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 정부는 ‘허위 사실’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를 ‘샤피게이트’라 이름 붙이고 바이든 측으로 기운 개표 결과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피게이트가 애리조나의 선거 결과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로이터는 우려했다.
현재 미국 내 가짜뉴스의 중심지로는 투표의 보안성, 신뢰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친(親) 트럼프 성향 온라인 매체들이 지목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문제 소지가 있는 이들 매체의 계정을 정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