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진공청소기’ 손준호, 데뷔 7년만에 첫 MVP

입력 2020-11-05 16:52 수정 2020-11-05 20:11
전북 현대 미드필더 손준호가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1 챔피언 전북 현대의 살림꾼 손준호(28)가 데뷔 7년만에 생애 첫 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누렸다. 국가대표 수문장인 울산 현대 조현우(29)는 4년 연속 리그 최고 골키퍼로 선정됐다.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은 포항 스틸러스 송민규(21)가 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 행사를 열어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와 감독을 가렸다. MVP 손준호를 포함해 감독상과 영플레이어상, 베스트일레븐 등 총 17개 부문에서 선수와 구단 수상자가 발표됐다.

손준호는 이날 MVP뿐 아니라 리그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 부문에도 꼽혔다. MVP 후보 중 올시즌 득점왕인 울산 주니오와 경합했으나 감독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받아 종합점수에서 앞섰다. 손준호가 개인상을 받은 건 지난 2017년 전 소속팀 포항에서 최다도움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손준호는 수상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MVP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나란 선수가 과연 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싶었다”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가 하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오늘은 제 인생에서 MVP 같은 날이다. 이번 시즌도 MVP 같은 시즌”이라고 덧붙였다.

프로 데뷔 3년차 이하 최고의 신인 선수에게 단 한번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은 감독과 선수, 기자단에게서 모두 폭넓은 지지를 받은 송민규가 탔다. 그는 올 시즌 27경기에 출장해 10골 6도움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 활약에 힘입어 올림픽대표팀에도 발탁,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10개 구단 골키퍼 중 단 1명에게만 주어지는 베스트일레븐 골키퍼 부문은 다시 조현우가 차지했다. 2017년부터 4회 연속 수상이다. 올 시즌 우승후보 울산 현대로 이적해서도 변함없이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다. 전시간·전경기 출장상은 조현우를 포함해 포항 강현무, 전북 송범근까지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수문장 3명이 나란히 수상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매력적인 ‘스틸타카’를 구사해낸 포항 김기동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상패에 ‘김기동’이라고 적혀 있지만 (포항을) 최고로 좋은 팀, 매력적인 팀으로 평가해주는 상이라 생각한다”면서 “포항 구단 모든 이들에게 좋은 상이 될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제 인생이 98%가 축구고 1%가 가정, 1%가 골프라고 말하는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K리그1 우승컵과 함께 23년 프로 생활 마침표를 찍은 전북 이동국에게는 공로상이 주어졌다. 이동국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아직 은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데 (기념) 영상을 보고 나니 또 울컥하게 된다”면서 “선수로서는 은퇴하지만 앞으로도 K리그가 최고의 리그가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과거 신인상 수상 경력이 있는 이동국은 이날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송민규에게 직접 상패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날 K리그2 선수로는 FC 안양 수비수 닐손주니어가 유일하게 시상대에 올라 표창을 받았다. K리그에서 활약 7년째를 맞은 그는 올해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직접 사비로 생필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등 모범적인 사회활동이 높게 평가 받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