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치유와 통합의 시간”… 인수위 홈페이지 열고 정권 이양 속도

입력 2020-11-05 16:48 수정 2020-11-05 16:58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인수위 홈페이지 메인 화면 모습. 홈페이지 캡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7000만표 이상 득표한 후보가 되며 당선자 고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바이든 후보는 인수위 홈페이지를 곧바로 개설하며 정권 이양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상원 선거에서는 또 다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바이든 행정부의 험로가 예상된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를 인용해 오후 2시38분 기준 바이든 후보가 전국 득표수 7033만표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올린 최고 기록인 6950만표보다 많은 수치로 역대 가장 많다. 오후 7시에는 7100만표를 넘어섰다. 같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770만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돼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6589만표)가 기록한 탈락자 최다 득표수를 넘어섰다. 개표가 마무리되면 두 후보는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당선자와 탈락자로 각각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열고 당선 이후 계획을 알렸다. 인수위 홈페이지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배경에 바이든 후보가 펜을 든 채 턱을 괴고 있는 사진이 전면에 걸렸다. 인수위는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부터 경기침체, 기후변화, 인종차별과 같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첫 날부터 빠르게 달려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속도를 내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 측이 인수위 출범 준비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움직임을 재빨리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시도와 상관없이 정권 이양 작업에 돌입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인수위는 당장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동시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 전문가 태스트포스(TF) 구성 채비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짓더라도 당장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을 모두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기대했지만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켄터키에서 7선에 성공했고 트럼프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의원 역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기를 잡았다. 그 외에도 공화당 현직 의원 다수가 여론조사를 뒤집고 민주당 의원들에 앞섰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놓치게 되면 바이든 후보는 1989년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31년 만에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대통령’이 된다. NBC뉴스는 “민주당이 내놓을 진보적인 법안이 무력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연설에서 대선 과정에서 분열된 국가 상황을 의식한 듯 ‘치유’와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우리를 갈라놓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강하다”라며 “선거 과정에서 치열했던 갈등은 뒤로 하고 이제는 통합과 치유, 그리고 하나의 국가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