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승부의 추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쪽으로 기울게 된 데는 오랫동안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애리조나주의 변심이 결정적이었다.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미 대선 개표 현황 지도에 따르면 애리조나에서 개표가 86% 이뤄진 가운데 바이든 후보는 50.7%를 득표해 47.9%의 트럼프 대통령을 2.8%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폭스뉴스를 비롯해 다수 언론들이 바이든을 애리조나의 승자로 지목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11명 선거인단이 배정된 애리조나를 가져가면서 개표 결과 공개가 가장 늦을 것으로 전망되는 ‘러스트 벨트’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승자까지 확인하지 않고도 승부가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펜실베이니아가 대선 당일 이후인 오는 6일까지 들어오는 우편투표까지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를 걸고 넘어지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바이든의 애리조나 확보로 미 대선 승자가 단기간 내 가려지지 않은 채 진흙탄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현재 바이든이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264명으로 ‘매직 넘버’까지 단 6명을 남겨둔 상태다. 바이든이 승리를 거둘 것으로 관측되는 네바다(6명), 조지아(16명) 중 한 곳의 승리만 확정되도 바이든이 당선된다는 의미다.
애리조나의 변심과 더불어 이 지역에서만 하원 재선, 상원 6선 등 총 35년 정치활동을 했던 고(故)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전쟁 영웅인 그는 지금까지도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계 진출을 선언한 후부터 공화당 내 온건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트럼프와 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에서 생포됐던 매케인의 경력을 거론하며 “붙잡혔으니 전쟁 영웅도 아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부인 신디 매케인은 지난 8월 이례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남편과 당적을 초월한 우정을 나눴던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선거 직전 USA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을 찍는 이유’라는 기고문도 보냈다. 매케인과 바이든의 특별한 우정이 애리조나 막판 표심을 움직였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미 보수 진영에서 팟캐스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마크 R. 레빈은 4일 애리조나 개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트위터에 “신디 매케인 축하한다. (당신 지지로) 우리는 애리조나라는 큰 비용을 치르게 됐다”고 비난했다. 레빈의 글에는 2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주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배신자” “지금 당장 공화당을 탈퇴하라” 등의 댓글을 통해 매케인 부인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